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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오지 여행가로 유명한 한비야가 월드비전의 구호활동가로 거듭난 글로 유명한 책이다.
한비야, 하면 아주아주 별난 사람이다.
도전 정신이 대단하고, 그 기록 정신도 탁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문체는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이다.
그의 감성에 비한다면, 그의 글이 투박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이성은 늘 내가 처한 위치를 시간적, 공간적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시간적 위치의 선후 관계를 따지는 것을 <역사>라 하고,
공간적 위치의 전후 관계를 따지고 나서 <지리>라고 한다.
고전적인 학문 범주에 들어가는 역사와 지리를 극복한 나라가 있다.
그 이름도 거창한 <미국>인데, 미국은 역사도 없는 주제에, 지리적으로 땅따먹기에 성공했고, 그 땅은 없는 것이 없는 복받은 땅이다.
하필이면 그 미국의 세례를 받은 한국은 <역사>, <지리>를 무시하고 <사회>를 중시한다.
미국에서나 인종 통합 차원에서 중시하는 그 <사회>과목을 말이다.
이 책은 지리책에도 등장할까말까 한 <지도 밖으로> 나간 이야기다.
제목도 잘 붙였다. 그의 발걸음은 한가로운 여행자의 그것이 아닌, <전쟁터의 발자국>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의 난민촌과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오지들(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잠비아와 말라위), 그리고 북한과 쓰나미 현장까지 몸으로 뛴 시간들을 부지런히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한국이란 답답한 나라에서 이런 별난 사람의 글은 <정말 독특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는 외국엘 갈 수 없는 나라.
비행기를 타지 않고선 외국에 갈 수 없는 나라.
그런 한국의 고립성을 대범하게 뛰어넘을 수 있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글만으로도 한비야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 그가 세계인으로서 우뚝 서기 위해 나섰다.
역마살이 가득한 팔자를 스스로 잘 개척한 사례라고 하겠다.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엔 한국 학생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유학생도 부지기수고, 기러기 아빠 엄마들의 고생도 엄청나다.
원정 출산도 마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진정 그 기회를 <좁은 한국>의 구각을 탈피할 기회로 삼고 있는지... 나는 좀 의문스럽다. 물론 한국에서만 뒹군 아이들에 비해 시야가 넓어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한비야씨처럼 세계인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아닐는지...
해외 여행 조차도 없던 시대에, 세계 일주의 꿈을 꾸었던 당찬 사람.
그리고, 직장에서 돈을 딱 벌어서 오지 탐험에 나섰던 멋진 사람.
이런 사람 하나쯤 한국에 있어서, 아이들의 탐험심에 불을 붙여줄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김혜자씨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를 읽으면서 답답하기만 했던 마음이 한비야를 읽으면서는 좀 풀렸다.
부디 학생들이, 젊은이들이 한비야를 읽으면서 올바른 미래를 꿈꾸었으면 좋겠다.
이 좁아터진 섬나라아닌 섬나라에서 박터지게 경쟁력 "0"인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좁은 세계를 향해 시야를 넓히는 젊은이들이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