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지승호의 누드토크
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시비돌이 지승호가 본격적인 인터뷰어가 되기 전, 짤막한 인터뷰들을 실은 책이다.

요즘 나온 책들에 비해, 준비가 좀 적었고, 2002 대선 직전에 이뤄진 인터뷰들이어서 시사성은 떨어지지만, 객관적인 시각은 높이살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주된 질문의 관점은 월드컵 이후, 월드컵의 역동적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02 대선 어떻게 될 것인가, 여성주의의 적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이다.
아쉬운 점은 월드컵의 역동적 에너지에 대해 대부분 유의미함을 지적하면서도, 4년이 지난 지금 그 에너지는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

그렇지만, 앞의 간결한 인터뷰들 못지 않게, 시비돌이의 교육에 관한 레포트들은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 김규항과의 인터뷰에서 <운동이란, 그 운동에 이미 동의하는 사람들끼리의 한풀이가 아니다. 그 운동에 찬성하지 않거나, 회의하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끌어 들여 세를 늘이는 게 운동>이라고 한 말이다.
김규항이 글쓰기는 <용접공이 용접을 하듯 한 사람이 사회에서 부여받은 노동이다>라고 한 관점도 재미있다. <용접공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건너다닐 다리를 용접하는 것처럼, 지식인의 글쓰기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용할 정신의 다리를 용접하는 일이다.>라고 한 말.

그 운동에 있어서 문부식은 <전부 철의 혁명가라면 소수의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비루하고 치사한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로 하여금 뭔가 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것은 아니다>는 한나 아렌트의 말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도 해당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윤밴과 이야기할 때, 모두와 이야기해 놓고는 왜 윤도현 사진만 실었지? 윤밴이 화냈겠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승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무감한 어른들에게 시비 걸기> 코너에 실린 글들은 학교 현장과 아이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글이었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통탄스럽게 하는 글이었다.

사실 어른들의 문제 해결 방식은 <어른들끼리 모여 일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내고, 통제를 더 강화하자는 식의 결론만을 내리>는 그것이었다. 청소년들의 용의 복장 문제의 과정이 그랬고, 원조 교제 건이 그랬고, 각종 인터넷 심의가 그렇다.

어른들의 해결 방식에 <토론 문화>는 어디에도 없었고, 오로지 <아직 어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해답을 내려 주었고, 통제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상처가 깊어가기만 하고 골이 커질 따름이다. 상처의 치유에는 <칼>을 들이댈 때는 들이대고, <햇볕>에 노출시킬 때는 노출시켜야 하는 것이란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조한혜정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내버려둘 참을성을 길러야할 때>인 것 같다.

변정수(연예인 아님)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이라는 공간만큼 정치적인 공간이 없다. 타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들이 일상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정을 정치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휴식공간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니 늘 동상이몽일 수밖에...>하는 말이 나온다.

텔레비전에서 문제 가정에 CCTV를 달아 놓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부장제의 정치력을 확인하고 올바른 가정 세우기에 햇볕을 쬐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주의 <전국 아동학대 방임예방협회>가 발표한 아동학대 방지 이유 중,
학대 행동은 다음 세대로 전수 된다. 아동 학대의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좋다...는 내용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아이들의 자퇴사이트를 불건전하다고 삭제해 버리는 어른들...
과연 그들의 일상은 얼마나 건전한 것인지... 생각해 본다면, 억압은 나쁜 것이란 논리는 정말 간단한 것이다.

 

<이 책의 옥에 티, 맞춤법 오류 몇 가지>
8쪽. 우리 안에 있는 숫한 콤플렉스의 <숫한>은 <숱한>의 오기
29쪽. 나중에 잘 되서의 <되서>는 <돼서>의 오기
30쪽. 정치할께요의 <-께요>는 <-게요>의 오기
40쪽. 흐뜨러진의 <뜨>는 <트>의 오기
248쪽. 미쳐 생각하지 못한 힘이 생긴다. 의 <미쳐>는 <미처>의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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