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안드레아 - 열여덟 살 사람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다
룽잉타이.안드레아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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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 바야흐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는데,

대국에 지쳐 잠든 아들과 의대생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내다 픽 쓰러진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공사에 들어간 정팔이 부모도 아이의 자는 모습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그래, 피곤해서 곤하게 자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만도... 부모에게는 '사랑법'이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사랑법)

 

아들의 잠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엄마인데,

이 책의 엄마는 아이가 독일에서 살고 있다.

국제 결혼을 하여 말도 언어로 깊은 내용을 소통하기도 쉽지 않고,

문화도 다른 세상에 사는 아들과 소통을 위하여 애쓰는 모습은

아름다운 한편 쓸쓸한 빈 공간이 언제나 느껴질 것 같아 짠하다.

 

독일이나 홍콩이나 금연 정책은 똑같아요.

하지만 두 나라의 금연 정책엔 근본적 차이가 있어요.

독일에서는 먼저 길고 긴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홍콩에는 없었다는 것.

홍콩 정부능 일단 하겠다고 하면 곧장 강행할 뿐 아니라,

무슨 초능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정부가 하는 일이면 그게 뭐든 '모든 사람이 한 마음'이라는 모양새죠.(258)

 

사소한 금연 정책에 대하여도 합리적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일방적 소통 부재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대응은 다르다.

 

열여덟 아들부터 스물 하나가 되기까지 주고 받은 편지글들 속에서는

지적인 어머니의 세상에 대한 통찰도 가득하고,

한창 성장중인 아들의 상념도 가득하다.

 

먼 길에서 아들의 성장을 마음 태워가며 지켜보기만 해야할 어머니의 마음이

표지에 담긴 사진처럼,

안쓰러움이 가득 담긴 걱정스런 모정으로 가득하다.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둘의 대화 주제는 끝없지만,

읽으면서 그 행간에서 끝없는 아쉬움이 읽힌다.

밤새 이야기나누기보다는,

그저 잠자고 있는 눈감은 아들만 바라보는 일이 더 배부른 모성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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