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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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활동을 한다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이다.

처음에 빌려올 때는 학교 문제에 대한 비판 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학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세상은 온통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완전히 거꾸로된 학교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논조는 너무도 정확하고 신랄해서, 알맹이가 없을 것 처럼 보이기 쉽지만,
같이 어울린 예화들은 정말 진실이기를 믿기 싫은 그것들이었다.

세계는 온통 거짓 투성이이며, 가식으로 가득찬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진실, 행복, 노력, 발전의 세계관은 온통 허구로 가득한 것이며,
실제 세계는 거짓, 불행, 세습, 퇴보의 세상이란 것이다.

이 책은 정말 금서로 묶어두고 싶은 책이다.
세상에 대해서 이렇게 까발려서 알고 나면, 세상 살 맛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내일 당장 떨려나서 먹고 살기 어려운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세계화의 제국주의 질서라는 것을 알고 나면, 세계화라는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성 싶다.

백인 지상주의를 일격에 박살내는 책.
흑인들과 인디언들이 열등한 이유(76쪽)와, 가난해서 바보가 아니라 바보여서 가난하다고 가르치는 세상의 학교... 제3세계 인간들은 일회용 인간들에 불과한 것은 너무도 적나라해서 오히려 비참하다.

마약퇴치 전쟁으로 사망한 수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는 현실에서, 현실 정치의 역설적 비극을 밝힌다.

정치가는 이렇게 말해야 한단다. "여러분, 도둑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을 잘 비꼬는 냉소적인 사람이라야 하는데,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배신자도 되어야 합니다.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노동은 멕시코에서 가격이 매달 하락하는 유일한 상품이다. 영악한 자는 바보 덕분에 살고, 바보는 자신이 일해서 산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실은, 일하는 자는 돈벌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도둑질을 법의 이름이나 황제의 이름으로 저지른다고 해서 죄가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대로 남는다. 작가가 이렇게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자유주의 세계에서 노동자들은 자기가 종일 일해서 번 돈을 일주일 모아야, 그 티쪼가리를 하나 살 수 있다는 노동의 비극적 역설에서 나는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싶었다.(192쪽-193쪽)

석유회사와 원자력 회사처럼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을 살상하는 주범들, 건물을 우루루 무너지게 짓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작자들이 지구촌 구석구석 통치하며 산다는 데, 나는 어쩌면 위안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안전 불감증의 나라,
지하철에서 불이나면 수백명이 죽고, 교통사고로 연간 가장 많은 사람이 죽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결코 가장 비극적인 삶이 아님을 위안으로 삼고 뿌득뿌득 살라고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진실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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