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80년대 복판
첫여름 한강에 몸 던져 죽었다
서울대 국문학과 4학년
교문 앞에 철망 친 녹색 차들이 보이고
울긋불긋한 헬멧이 보인다.
오늘도 학교는 시끄럽겠다
수업 시간에 최루탄이 터졌다
강의가 머릿속에 들어올 수 없다
수업이 끝나고도 최루탄이 터졌다
잡혀졌다
나의 친구가
나의 적의 적이
나의 친구의 적에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부끄럽다
싸움 속에서
싸우지 못하는 자의 죽음도
싸움이다
그 순결한 괴로움도
싸움이다

이 땅의 아가씨의 마음씨도
싸움이다
너에게 꽃 있을지어다
백도라지꽃

박혜정, 창작과 비평 198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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