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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바나나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이란 공간은 삶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늘 부차적인 공간으로 취급받는다.
요즘처럼 아파트로 획일화된 구조에서 안방과 거실은 주요 생활 공간으로 취급하면서도,
부엌은 크게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 부엌을 찾아서 바나나는 들어간다.
조금은 소외된 공간에서 마음 편함을 느끼는 바나나.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휑한 마음을 상징한 것일까?
그의 키친은 외롭고 쓸쓸했다.
다양한 무지갯빛 삶을 살 젊은 나이에, 무채색 부엌은 고독했다.
언젠가는 모두가 산산이 흩어져 시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할머니의 사망과 함께, 혈혈단신 홀로 된 미카게는 그 이름 만큼이나 허전하다.
미카게는 美影일까? 예쁜 그림자란 이름의 그녀는 삶의 실체에 부대끼기보다는,
추상적인 삶의 무게에 허청거린다.
육체적인 부대낌이 없는 삶이기에 유이치와의 동거도 전혀 무게감이 없다.
죽음은 그만큼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것이었다.
고소하고 기름진 내음새가 풍만하게 풍기는 오렌지색 부엌의 향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은 그만큼 고독하고 푸석거리는 것이다.
키친을 읽으며, 인간만의 특권, 목숨을 인위적으로 버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 또한 하나의 삶의 양식일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