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그리울 때 보라 - 책을 부르는 책 책과 책임 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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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책은,

팩션 소설과, 책을 소개한 책과, 글쓰기 조언서 들로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책을 소개한 글들과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뒤섞여 있다.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같은 좋은 글들도 만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지기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93)

 

그의 소설들을 딱히 애정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의 책 소개는 맘에 든다.

 

팩션이란 무엇인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역사적 사실들을 필연적인 허구로 엮어

그 시대의 정신과 풍광을 새롭게 조망하는 사업이다.(140)

 

자신의 소설들은 순전한 창작물이 아닌 팩션인데,

그 팩션 속의 '의미'를 엮어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리심'과 '혜초' 등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이야기 수집가라고 겸손을 부리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어떤 시대에 있었던 흥미로운 것들만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든 의미를 엮어낼 수 있는 것들이리라.

 

눈앞의 현실이 지옥처럼 힘들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절망하지 말고

그 안에서 천국을 상상하는 것(이탈로 칼비노, 91)

 

요즘 팟빵의 '고전읽기'에서 '서유기'를 읽고 있다.

혜초의 걷기와 삼장법사(현장)의 걷기는 루트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하는데,

김탁환의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을 관심두고 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줄곧 글을 쓰는 테크닉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독자들로부터 '태도'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수많은 풍경 중에서 자신만의 풍경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옮기고자 분투하는 것,

이라고 답한다.

물론 양귀자 선생님께 배운 것이다.(68)

 

삶은 나름 흥미롭고 공평하게 건조하다.

거기서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

그런 것이 사람들에게 쓰도록 만드는 것인게다.

 

자신의 태도를 확립하기는 쉽지 않을지라도,

글을 통해 태도를 만들어 나가고,

확립하고 견지하는 일이

다시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는 듯하다.

 

 

책의 겉표지를 뒤집으면,

내용에서 소개한 '책을 부르는 책' 페이지가 펼쳐진다.

표지가 헐렁거려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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