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도 모르는게 있고 장자도 후회할때 있다 2 - 마음밭을 가는 책 1
허성도 엮음 / 사람과책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양약은 고구나 이어병이라 했던가.
이 책은 중국 고전에서 퍼올린 교훈적이고 곱씹어볼 만한 이야기들인데, 별로 재미는 없다.

빨리 가라고 말을 줬더니, 말을 급히 끌고 가는 놈이 있더란다. 왜 말을 타고 빨리 가지 않느냐니깐,
'말을 타고 네 발로 가는 것보다, 두 발을 더해서 여섯 발로 가는 것이 빠르지 않겠느냐?'고 대답한 바보.

한국에서 살다 보면, 여섯 발이 빠르다는 원칙에 너무도 충실할 때가 많음을 느낀다.
잘 되는 놈 꼴 못 보고, 그릇 안의 게들처럼 먼저 기어올라가는 놈을 끌어 내리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앞서가는 분야에 투자하지 못하고, 같이 못살자는 70년대 평등주의가 판을 친다.

평등해야 할 곳에선 평등하지 못하면서, 공평해야 할 곳에선 공평하지 못하면서(조세나 복지 측면)
능력을 인정해야 할 곳에서 평등을 부르짖는(평준화 정책의 실패) 그런 거 말이다.
늘 숫자에 집착하는 느려 터진 공직 사회에서, 병신같은 것들이 컴퓨터의 노예가 되어 전산화에 집착하는 꼴을 보면, 여섯 발로 달리자는 어리석을 꼬락서니를 곳곳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학생들의 모든 생활 자료를 전산화하겠다는 미친 사고가,
프로그램 개발 회사의 배를 불려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컴퓨터를 정말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임을 교육 관료들은 생각해 본 일도, 생각해 볼 일도 없는 듯하다.

출근하면 컴퓨터의 노예가 되어 미친 짓거리를 하다가 퇴근하면서도, 우공이산의 지혜를 떠올린다.
서양 속담에서 이런 속담이 생각난다. 하느님의 방앗간은 천천히 돌지만, 확실하게 갈아준다는 속담.

하늘의 계산은 정확하다. 성실과 인내에 정비례하여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더러 쥐를 잡으랬더니, 닭도 잡아 먹었다. 고양이를 어떡하나? 그냥 둔다.
왜? 고양이의 본질은 쥐잡는 것이니깐.

그렇지만 세상은 얼마나 본질을 떠나서, 말단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갑갑하다.
그러나... 고전을 읽는 맛은 여기에 있다.

수천 년 전의 사회에서 느낀 것이, 지금도 마찬가지라면... 내가 흥분하고 화낼 일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런 사소한 데 신경쓰고 나 혼자 세상을 개혁할 듯이 흥분할 필요 없다는 것.
이런 것을 배우려고 고전을 읽는다.

알묘조장(揠苗助長) 이야기가 있다. 벼가 잘 안자라서, 뽑아 올렸더니 모두 말라 죽었다는 이야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조기 교육에 대해서 읽어볼 만한 이야기다.
과연 버를 뽑아 올려주는 것이 성장을 도와주는(조장) 것인지...
조기 교육의 조장의 긍정적인 의미일 수 있는 것인지...

도와준다는 것이 기껏 혼돈을 죽여버린 일에서도 그렇다.
남해의 제왕 숙과 북해의 제왕 홀이 중앙의 제왕 혼돈의 대접을 잘 받았다. 그 은덕을 갚으려 생각다가, 사람에게는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이 있는데 혼돈에게는 그것이 없으니 뚫어 주자고 했다. 하루에 구멍을 하나씩 뚫었는데 칠일째 되는 날, 혼돈은 죽어 버렸다.

장자에 나오는 이 우화를 다시 읽어 보면, 우리가 오늘 뚫고있는 이 구멍이,
과연 숨쉬는 데 필요한 사는 구멍인지, 듣기에 필요한 삶의 구멍인지, 아니면 죽음으로 이끄는 구멍인지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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