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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외국 영화나 소설의 제목을 번역하기는 힘들 게다.
한 단어가 상징하는 바가 언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클로저'역시 그렇다.
'종결자', '끝내는 사람'으로 번역하더라도,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순 없다.
마이클 코넬리의 경찰 소설은 '보슈'의 짙은 감성으로 대표된다.
사람의 개성이라는 것이 이렇구나... 하는 감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보슈의 감성은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의 특성에 어울리는
거칠거칠하고 서걱거리는 모래 사막과 같으면서,
그 거친 삶을 관통하는 입양과 참전, 이혼의 트라우마가 뒤섞인 생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과 함께 어우러져 회색이면서 부드럽게 거친 느낌이 든다.
그의 서걱거리는 부스럭거림을 윤기있게 매만져 주는 것이 파트너인 라이더 덕일까...
<잊힌 목소리들의 합창>
미해결 사건 전담반으로 보슈는 돌아온다.
기술의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일이 가능해 지면서(미해결 사건을 '콜드 케이스'라고 하고, 일치하는 일을 '콜드 히트'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해설이 없다.)
십여 년 전의 사건이 보슈에게 떨어진다.
DNA야말로 최종 종결자거든.(184)
이 '최종 종결자'가 클로저의 의미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에서 클로저는 DNA 보다는 보슈로 보인다.
최종 마무리 투수처럼 사건을 끝내는 사람.
우리는 마무리 투수들입니다.
사건을 빨리 마무리합시다.(315)
이 소설의 재미는,
88년과 알파벳 여덟번 째 글자, H를 연결짓는 '하일 히틀러'
그리고 인종 문제와 연관지은 '하이 징고'(경찰 고위층이 관련된 사건)
그 인종 문제를 대충 덮은 결과 일어난 1991년의 폭동... 이런 것들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연관성에 있다.
로드니 킹은 휘발유가 아니었어.
성냥일 뿐이었지.
그 전에 벌써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고,
당국은 공공 선을 위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을 해야했던 것 같아.(254)
다수를 위한 다수의 선택.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다수가 소수를 억압해온 것이 역사일진대,
현실의 부조리함은, 과연 역사가 지나면 해결될 일인가?
이런 문제 제기를 들려주는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절대 선은 없다'는 입장에서 '소수도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는 사고가 널리 퍼져가는 반면,
인종문제, 문명의 충돌, 절대반지의 귀환보다 심한 절대보수의 몽니...
세계는 한 밥통으로 엮인 글로벌 사회가 되었는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의'한 사태들은 갈수록 심화된다.
천장에 걸려있는 풍선을 올려다 보았다.
거기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니모가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았다.(266)
보슈의 막막한 심정을 천장에 걸린 '니모 풍선'에 빗댄다. 재미있고 멋지다.
사막을 건너는 일처럼
삶이 팍팍할 때,
그 팍팍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남자를 떠올리고 싶다면,
네바다 사막 서편에서 오늘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범죄를 응시하고 있을
보슈를 만나는 일도 좋다.
틀린 맞춤법 두어 개...
321. 그건 꽤 오래 간다대... 전해들은 말을 옮길 때는 '간다데'가 옳다. '간다더라'의 의미.
335. 안 되도 상관 없어... 안 돼도...
406. 좀 있다 봐요... 시간상으로 나중에를 뜻하는 말은 '이따'가 맞다. '있다'는 그 자리에 있다가 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너 여기 있다가 이따 전화하면 들어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