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텔레비전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속에는 시대의 변화가 담겨있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동거' 이야기가 문제시되던 시점은,

한국의 남녀 구도가 붕괴되던 시점과 일치했을 것인데,

 

한창 남녀 갈등을 형상화한 '사랑과 전쟁'은

드라마의 천편일률적 해피엔딩에 종지부(마침표나 물음표)를 찍었고,

그 이후 드라마들이 '세 번 결혼' 운운 하면서

불륜의 다른 이름인 '사랑'에 비중을 얹어 두더니,

이젠 '돌싱 찬가'라 일컬어질 시대가 돌아온 모양으로,

모든 드라마들에는 '돌싱'들이 '전성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아직도 '시'월드는 변하지 않았고,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살면서 갈등을 지속한다면,

한국형 가족애의 로망은 싸늘한 감정 싸움으로 법원에서 이전투구의 결과물만을 낳을지 모르겠다.

 

이석원의 이 책은 '산문집'이라 이름붙였지만,

좀 산만한 구성의 '소설'이다.

 

표지에 '초승달'을 은박으로 살포시 넣어 두었는데,

초승달의 지점에 와있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사랑한다는, 좋아한다는 가슴뛰는 말이니...

 

여자라곤 혼꺼풀에 단발, 로 상징되는... 첫사랑 이후 여친 실종 상태로 살아온

노총각 작가에게 우연히 들어온 소개 자리에서,

생머리에 쌍꺼풀의 미녀, 그러나 이름은 평범한 김정희...

올리브를 마주친다.

 

그 다음은... 돌싱녀와 벌어지는 그렇고 그런, 뻔한 스토리지만,

시대가 시대니 만큼 ㅋ

소나기의 소년, 소녀 스토리의 아스라함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먹었다고 마음까지 늙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사람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으로 산다.

그것이 '권위'로 정당화될 수 없는 '남녀' 관계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이 이야기는 소설도 아니다.

간간히 그의 토막글들이 소설에 운치를 더해준다.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345)

 

보통의 존재는

시대의 흐름에 앞서가지 못하고,

시대에 딱 맞게,

힘겨움을 겪으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이석원의 이 이야기도,

당신은 왜 그 나이가 되어서도 '로망스'의 '로망'을 버리지 못하는지,

왜 남의 '스캔들'에는 백안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에게 닥칠 '로맨스'를 그토록 꿈꾸는지...

이런 것들을 무장해제하고

이야기해보기를,

돌싱 남녀들의

또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수다로 스트레스에 위안의 물뿌리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기를...

 

다만,

쎄시봉... Ces't si bon... That's good...정도~

참 조오타~ 고 할 만한 요소는,

영화 속에서처럼 간질간질 심장의 미세 박동을 간지를 정도의 소설이라는 것...

그런 나이엔 또 그만한 간지러움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

 

마음 속으로는 최지우가 되어 '드 번째 스무 살'을 살고 싶으나~

몸은 스무 살의 자녀를 건사해야 하는 중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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