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들에게 희망을 걸어도 좋은가
지승호 지음 / 시와사회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한국 최초의 전문인터뷰기자라는 신선한 직함을 가진 지승호의 인터뷰다.

지난 번에 읽었던 ‘마주치다 눈뜨다’의 인터뷰이들은 상당히 진보적인 논객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두던 분들이 많아서 고맙게 잘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좋아하고 관심을 둔 분들도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이 실려 있어서, 부분부분 읽었다.

 

이 책에 등장한 인물 중, 유시민과 김근태를 나는 좋아한다.

유시민의 자유주의, 자신의 선택을 위한 고집까지 난 좋다. 자기가 노빠라는 것을 전혀 부정하지 않는 자세도 좋다. 오히려 노빠 주식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충실하려 한다.

김근태는 조금 더 준비한다면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노무현이 준비가 부족해서 버벅대는 대통령임을 볼 때, 김근태의 성실함이 믿음직스럽다.

 

정동영은 좀 가벼워 보인다. 철학도 얕아 보인다. ‘마주치다...’를 읽을 때, 손석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손석희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정동영은 아나운서를 벗어나 버렸으니 이제 정치를 좀 무게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잘 봐 주고 싶어도 얕다는 느낌을 벗기 어렵다.

 

강금실이 노력하던 모습, 터닝 포인트를 찍고 장관을 사직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강금실 같은 장관을 가졌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정치사는 잠깐 행복했지 않았던가 싶다.

 

21세기 한국 정치의 성공작이라면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을 벗어날 수 없다. 내가 어린 시절, 노동당은 나쁜 거였는데... 무서운 것 말이다. 늑대로 비유되곤 하던. 드디어 한국 정당사에 노동당이 떴다. 사회당도 아닌 노동당이. 그 성공의 핵심에 노회찬이 있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20석이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힘을 받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까부는 것도 견제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 잘 되길 바라는데, 노회찬의 논리는 쌈박하고 경쾌한데, 조금 준비가 덜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 인터뷰 기자로서의 지승호에게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진다.

전엔 사람들이 ‘신동아’, ‘월간조선’을 보면서 정치적인 안목을 키웠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지나치게 선정적 보도를 좋아한다.

무슨무슨 육성 증언, 긴급 입수, 밀착 취재 이런 식이었는데, 읽고 나면 소위 ‘낚인 느낌’을 많이 받곤 했었다. 실제로는 증언도, 밀착도 별로 없었는데, 말만 번지르르한...

 

지승호는 그들과 다르다. 지승호는 준비된 인터뷰어고, 인터뷰이들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낼 줄 안다. 그는 공부 많이하는 인터뷰어다. 그런 사람이 한국 사회에 있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이 사회에 살 맛이 난다.

 

아무 생각 없이 꽃을 놓고, 애국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말이다.

줄기 세포 문제로 시끄러운 애국자들에게 지승호를 들이밀고 싶다.

과연 인터뷰장에서 어떤 논리로 애국을 하겠다고 하는지를...

얼마나 아무 생각없는 ‘국익’과 ‘애국’인지를 생각해 보자고 말이다.

 

노무현 정부의 단견이었던 ‘이라크 파병 문제’는 역시 이 책에서 계속 다루고 있다.

문제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인터뷰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은 그의 장점이다.

다음 책에서는 많은 사람 보다는, 적어도 농밀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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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5-12-0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승호입니다. 옛날 책을 읽으셨네요. 좋은 평 써주셔서 감사하구요.
제가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놀러오세요.

글샘 2005-12-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리뷰를 쓰고, 작가가 댓글을 다는 경험을 드뎌 두 번째 하는군요. ㅎㅎㅎ
반갑습니다. 기꺼이 놀러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