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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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의 이탈리아어에 대한 열정을 가득 담은 책이다.

벵골어를 모어로 한 그녀는

미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습득했으나,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져 이 책을 이태리어로 썼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빠져들려면

기슭을 떠나야 한다.

구명대 없이.

뭍에서 팔을 몇 번 젓는지 세지만 말고...(13)

 

한계가 있음에도 지평선은 끝없이 펼쳐진다.

다른 언어로 읽는다는 건 성장과 가능성의 끝없는 상태를 내포한다.(42)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언어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한  비트겐슈타인의 인식처럼,

모국어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동그라미 안에서 움직이는 술래같다.

 

이젠 이탈리아어를 썩 잘 말하지만 구어는 날 도와주지 못한다.

대화는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종종 포용의 행동이 담겨있다.

말할 때 난 실수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종이 위에서는 나 혼자다.

구어는 문어에 비하자면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과 같은 것이다.

문어는 구어보다 엄격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57)

 

구어는 가볍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적당한 다리를 놓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문어는 혼자서 집을 짓고 꾸미는 일까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를 정말 잘 직조해야 한다.

틀린 스펠링 하나가 집을 무너뜨리기도 하니까.

 

나는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것은 더 심오하고 자극적인 형식으로

언어를 익히고자 하는 내 방법일 뿐이다.(75)

 

외국어는 섬세하고 예민한 근육과 같다.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105)

 

모국어와 달리

배운 외국어는 쉽게 퇴화한다.

지속적으로 찾아 공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어를 계속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요네하라 마리 여사처럼 자연스러워질 수 있겠지만,

나처럼 취미로 해보고 싶어한다면, 더 벽에 부딪히기 쉽겠다.

 

첫 번째 언어 벵갈어는 나의 뿌리이고,

이탈리아어는 도착점이다.

두 언어 모두에서 나는 약간 못생긴 어린아이 같다.

연필로 그린 두 면이 사라질까봐 두렵다.

지우개로 싹싹 지우면 그림이 지워질 것 같다.(125)

 

외모부터 다른 환경에서 살아간 그에게

언어는 스웨터 같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스웨터를 잃어버린 꿈을 꾸다가 깨어난 사람처럼,

자신의 언어를 거리감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는지도...

 

이탈리아 제목은 '다른 언어로...'이고, 영어 제목은 '다른 말로...'느낌이 난다.

작은 사전을 나타내는 '이 작은 책'이란 제목도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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