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은 엄청 재미있고 웃긴다고 적혀있다. 근데, 사실은 읽어 보면 전혀 안 웃긴다.

난 무서웠다.
곰이 나타날까봐 무서웠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떠나는 꿈이라도 꿀까봐 무서웠다.

작년이던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는 나도 길을 떠나고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올해는 한비야, 김남희의 전국 일주를 읽었고.
달라진 점이라면, 산티아고 읽을 때는 30대였고, 한비야, 김남희를 읽을 때는 40대였다.
그래선지 작년엔 어디든 떠나서 걷고 싶었고,
지금은 걷는다는 것이 두렵다.

그래도, 이 책은 워낙 재밌다는 말들을 많이 해서 속아서 읽었다.
근데... 처음부터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카츠란 친구와 트레일을 같이 한다는 일,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것도 20킬로의 배낭을 짊어지고 말이다. 배낭에 짓눌리기가 십상 아닐까?
그리고 3월에 영하 11도의 트레일이라니...

그렇지만,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트레일을 계속하는 브라이슨의 낙천성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아니 지나치게 무거운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지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일은,
생각하는 것,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브라이슨에게서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산행을 떠나기 전 부분에선 그의 위트와 유머였고,
트레일 도중에선 삶에 대해 관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그의 발자국이었고,
책의 후반부로 가서는 숲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내가 살면서 '그 때 해보고 싶었던 일'을 고른다면,
20대에 한참 유행하던 지리산 등반을 한 번도 못해봤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에 몸이 매여있어서 한 번도 맘을 내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이제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 같이 길을 떠날 생각을 해 보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를 따라 마음 속의 애팔래치아를 걷고 있는 나를 만난다.
상상속의 트레일은 그가 악조건에 닥쳤을 때, 언제든지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없는 동료, 가혹한 조건을 바라보면서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그를 만난 일은 유익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자리에 나를 치환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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