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상처
애니 G. 로저스 지음, 권혜경 옮김 / 권혜경음악치료센터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트라우마 trauma란 말이 있다. 심리적 외상이라고 해석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이 상담 치료자와 자폐증 어린이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라서 재밌겠다고 생각하고 빌렸는데, 읽으면서는 재미보다 무서워졌다.

애니라는 치료사(저자)는 자기 내에서 해결되지 못한 무의식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자폐 어린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치료자의 의식 세계로 역전이되었다는 이야기다.
유아기의 버려진 경험으로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와, 그 치료자 애느가 자신의 과거 문제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상처없는 영혼은 없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촉해야하는 직업의 경우엔 상처있는 영혼이 갖게되는 부담감을 더욱 크다.

그래서 사람을 다루는 직업, 교직이나 성직자, 의사를 천직이라고 일컫곤 한다.

그렇지만, 그 직업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나름대로 얼마나 큰 고통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어린이들의 상처를 돌보는 선생님이라면 비교적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교가 행복하고, 수업이 행복하다는 말이다.

환자의 고통을 살피는 의사라면 마찬가지 안정적 근무와 심리 상태가 필요하다.
갖가지 제도들은 의사가 의료 행위를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얼마나 장애를 주는 것인지 아름다운 동행 같은 책에 잘 드러난다.

가화만사성이란 구태의연한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진리를 담고 있기에 집집마다 현판으로 걸어 놓았나 했는데, 살다 보니 그야말로 만고의 진리다.

집안이 편안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그래야 학생도 공부를 할 것이고, 직장인도 일이 손에 잡힐 것이다.
집안에 우환이 있는데 무슨 공부가 될 것이며, 무슨 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처를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를 빠지고, 지각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귀찮아서 "그냥 늦잠 잤어요."하고 한다.
그렇지만, 난 아이들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캐묻지 못한다.
열 일곱의 나이에 벌써 사회가 각인시킨 상처를 깊게 새긴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느끼기 때문이다.

사회가 입힌 상처, 빈곤과 그 빈곤의 악순환과, 빈익빈의 유전...
실업계 아이들을 만나고 이런 것들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요즘 부쩍 내 어린 시절의 가난이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상처를 밝히고 치료하려는 목적의 상담까지 가지 못할 바에는,
알고도 모른 체, 한 눈 감고 있는 법도 어렵지만 필요한 <중도>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많이 느꼈다. 중간에 오타도 제법 보이는데, 번역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다. 아마 번역 이전에 글 자체가 좀 지루했을 것 같다. 처음에 벤을 치료할 때는 조금 흥미가 있었는데, 애니 자신이 환자가 되면서는 글이 너무 산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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