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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The road less traveled. 아직도 가야할 길에 비해서 영어 제목이 더 마음을 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스 트래블드'에서 울리는 파동은, 우리가 고통의 바다라고 하는 이 <생>을 잘 나타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을 고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삶의 고통을 이기는 법을 <--의 기술>이란 제목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그 고통스런 삶을 우리는 더 여행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좀 덜 고통스럽게 여행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삶을 고통스럽게 느낄까? 왜 꽃이 피어 있으면 피어 있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사람은 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일까?
그는 <인간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는 원인도 <게으름>에서 찾는다. 사람이 행복을 느끼려면 사랑해야 하는데, 사랑에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우리는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게을러서 성숙한 인간이 되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고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린다는 말씀.
지당하신 말씀같지만, 실천은 어렵잖은가.
스캇 펙의 글을 읽는데 탄력이 잘 붙는다. 에리히 프롬의 글이 장애물 경주에 가까운데 비해, 스캇 펙의 글은 여행지에서 거니는 산책과 같단 생각이 든다. 천천히 소요하며 대기를 한껏 호흡하는 발걸음...
그는 사랑을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키려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성장을 위한 확대. 여기는 결코 끝없이 나태해지려는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게으름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자기 연마, 수련, 마음 챙김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성장에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게을러서는 안 되고, 영적인 깨어있음과 함께 가는 것이란 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잘못하면 자식이 자라지 못하고,
교사가 무관심하면 학생은 소외된다.
사랑은 일이다. 그러므로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게으른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다 보면, 상처를 입기도 한다. 저자는 성숙한 삶의 조건으로 <균형>을 말한다. 균형 훈련에서 배워야할 <포기>까지. 포기하는 행동은 괴로운 일이지만, 누구나 일부를 포기해야 함을 인정해야하고, 적절한 포기가 성숙한 인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그에게 사랑은 단순히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지각있게 안 주는 것이다.
그것은 지각있게 칭찬하고, 지각있게 비판하는 것이다.
그것은 평안하게 해주는 것에 덧붙여 지각있게 논쟁하고, 투쟁하고, 맞서며 몰아대고 밀고 당기고 하는 것이다.
‘지각있는’이라는 말은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판단은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요구한다.
삶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막막하기 그지없을 때,
정신과 의사와 대면하는 것이 두렵기 짝이 없을 때,
그렇지만 나는 충분히 우울하고 신경정신과적 환자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때,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