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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헹구어주는 세탁소
SETAKSO 글.그림 / 이레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www.setakso.net를 운영하는 저자의 글들을 책으로 만들었단다.
기다리고, 만나고, 가까워지고, 사랑하고, 토닥거리고, 깊어지고, 싸우고, 멀어지고, 이별하는... 젊음의 마음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누군가를 기다림에서부터, 이별에까지 다다른 젊은이들이 읽게 된다면 공감할 부분이 많을 듯 하다.(난 역시 늙어서 이미 지나가버린 날들을 떠올릴 따름이었다.)
어렸을 때, 빨래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내가 겨우 걸을 때 쯤, 어머니께서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하셨다.
빨랫돌에서 빨랫거리를 치대고, 방망이질하고,
물에 헹구어 짜고, 빨랫바구니에 담아 오신 뒤,
기다란 바지랑대 낮추어 빨랫줄에 너신 뒤,
바지랑대 높이 올리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너울너울 춤을 추던 빨래들.
따가운 햇살에 뽀송뽀송 말린 빨래를 갤 때,
햇살만큼이나 따가울 정도로 부풀어진 수건의 내음새.
겨울이라도 될라치면, 꽝꽝 얼어붙은 빨래 사이로 뛰어다니고,
이불 홑청이라도 널어 놓으면, 그 사이에 숨어 다니며 숨바꼭질하던 기억들.
비가 내려 빨래가 쉬는 날, 빨래 집게로 노는 재미도 유별난 것이었는데,
빨래가 쉬던 날, 어머니도 하루 쉬시던 날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세탁기가 빨래를 대신하고, 세제를 풀어 빨래를 휘젓게 된다.
아파트 베란다에 걸쳐진 빨래는 예전처럼 자외선, 적외선이 소독하는 느낌이 없어진 듯하다.
수고가 줄어든 만큼, 추억도 줄어드는 빨래의 기억들.
세탁소에 옷을 맡기면, 반듯하고 가지런하게 정리해 주지만, 뭔가 인간적인 것 같지 않기도 하고...
세탁소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빨래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킨 제목이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연애 편지에 제법 옮길 법한 이야기들도 있다.
운이란 녀석이 자꾸 따라와요
운이란 녀석이 자꾸 따라오네요.
언제는 싫다고 싫다고 도망가더니...
한참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는 좋다고 자꾸자꾸 따라오네요.
시도 때도 없이 나만 졸졸 따라다니네요.
그래서 제가 이 녀석한테 물었지요.
"왜 요즘 자꾸 날 졸졸 따라다니는 거지?"
녀석은 간단하게 대답하더군요.
"요즘 너의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당신이 기다리는 그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몰라요.
당신이 오랫동안 혼자서 헤매었다면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이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당신을
그 사람은 당신이 있었던 그 곳에서 오래도록
기다려온 것일지 모릅니다.
새로운 것이 사랑이 아니고 편안한 것이 사랑입니다.
만드는 게 사랑이 아니고 발견하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은 줄다리기가 아닙니다.
한때는 그녀와의 줄다리기가 너무 힘들어
먼저 사랑을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줄을 조금이라도 내주면 내 자존심이 상처받는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줄을 뺏기는 순간 그만큼 더 그녀에게 다가간다는 사실
왜 그 땐 미 처 몰 랐 을 까 요 .
난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해가 바뀔 때마다 계절이 변하는 길목에서
또는 다달이. 매주 드는 의문...
그런데 난 왜 몰랐을까?
그 돛단배의 돛이 나라는 사실을...
난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