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인간은 과거로 말미암은존재가 아니라 현재부터 비롯하는존재

 

요즈음 인터넷 서점의 판매 지수에서 수위를 달리는 책으로 그 제목이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다. 제목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게 마련이고, 행복하기 위해 살겠다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니... 물론, 그런 역설적 명제를 앞에 내세울 때에는 탄탄한 논리력으로 자기 주장을 이끌어갈 만한 자신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독자를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심리학자 아들러의 가르침을 마치 플라톤의 대화형식으로 저술한 책이다. 핵심만 짚어 보자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지치고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사고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프로이트의 인과론처럼 불행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필연적 원인이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나 아들러의 목적론은 이런 생각은 비합리적인 것이며, 인간은 단순하게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살아가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면서 상식을 깨뜨릴 것을 힘주어 말한다.

 

인간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과거의 원인으로 현재 불행해진 것이라면 인간이 바꾸기는 힘들 것이므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상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조리한 삶의 나날을 반복하는 시지프스처럼 주어진 직선 위에서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존재라면 왜 당신은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 상식이나 통념에서 벗어나자

 

이 책은 아들러의 개념들을 근간으로 하여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의 기초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를 설파한 연설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 누구나 남들보다 열등해 보이는 측면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돋보이는 점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 ‘미움받을지 몰라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는 참으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광장에서 통 속에서 살며 자유를 구가했다던 디오게네스나, 죽음을 앞두고도 태연하게 독배를 들었던 소크라테스, 그리고 어떤 사회적 관습조차도 무시하며 나는 자유다를 외치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까지, 무심하게 행동했던 것처럼 보이는 그들에게 진정 갖추어져 있었던 것은 바로 용기였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부모님과 단란한 행복을 누리던 치히로(千尋)’는 이름의 한 글자를 잃어버린 후, 목욕탕에서 의미없는 나날을 보내며 타인들의 욕망을 위한 생활을 하는 ()’이 되고 만다. 틈틈이 등장하는 친구는 네 이름을 잊지 마라고 되뇌어 주고, 결국 센은 내부의 힘을 되찾게 된다.

 

인간은 미래를 점치기 위하여 태어난 연월일시를 따져 세계의 기운이 응집된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기도 했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하여 삶의 방향에 새로운 지침을 얻으려고 주역같은 점서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인간을 끝없이 어딘가에 기대는 존재로 격하시키기도 한다. 얼키고설킨 삼대처럼 부조리한 인생의 단면을 단칼에 베어버릴 쾌도를 추구하지만 오히려 더욱 부조리한 광신도 집단에 빠져버리기도 일쑤다.

 

상식이나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안티테제를 내세우기 위해 등장시킨 사람이 바로 아들러다. 지나치게 심각하게 인생을 받아들여 죄책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킬 필요 없이, 인생의 현재를 과거의 미래의 사이에 낀 선분의 한 부분으로 느끼지 말고 처럼 단순화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그 현재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행복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진지하게 행복의 조건을 따지라고 조언한다.

 

18도의 우물물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상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뙤약볕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그 물이 무척 시원하게 느껴지고 엄동설한에는 그 물이 참 다숩게 여겨지는 법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존재에 감사하면서 잘못된 인과관계의 질곡에서 벗어나 자기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타자를 신뢰하며 타자 공헌의 힘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3.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좋다

 

그리하여 행동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자립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심리적으로는 사람들은 내 친구이며, 내게는 능력이 있음을 알도록 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많음에 행복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친구는 관계의 거리나 깊이가 더 중요한 법이다. 친구 없음에서 또는 인정받지 못함에서 고민이 시작되기 쉽다. 인정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소감으로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든지 친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현실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가 원인이 되어 현재 고통이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견이든 익숙하지 못한 의견은 배제하려 들기 쉽다.

 

현실에서 변화 가능성을 발견하고 공동체 내에서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가도록 용기를 부여하는 철학이라면 이 책에서처럼 통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닌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53)

 

과거의 동기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된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기만 해서는 어떤 변화도 이끌기 힘들 듯 싶다. 그래서 고정된 과거보다는 현실의 삶을 변화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결국 변화는 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괜스레 타인의 삶에 개입하기 좋아하고 타인의 시선에 과중한 부담을 느끼게 되는 문화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뻔한 이야기라도 자꾸 들어 마음의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본의 문화는 한국보다 더욱 개입에 대하여 민감한 편이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살피는 문화인 듯 하다. 약이 되는 소리는 쓰고 귀에 거슬린다. 그게 세상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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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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