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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수잔네 파울젠 지음, 김숙희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좀 묵직하게 오래 잡고 읽게 될 줄 알았다. 좀 진지한 책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런데, 책을 잡고 읽으면서, 정말 유쾌했고, 가벼운 기분이었다.
우선, 문체가 정말 경쾌하다. 난지 얼마 안 된 새 잎사귀처럼 보드랍고 향그럽다. 번역이 잘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진지해 보이는 내용을 정말 즐겁게 읽도록 쓴다. 과학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사랑 때문이리라. 식물에 대한 진지한 사랑이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든 것 같다.
빛을 낚아챈다고? 빛은 공이 아니잖은가... 그러나 빛이 접수되면 전문가들은 그것을 흡수된다고 말한다... 엽록소 속에 포함된 여러 다른 생체분자들은 전자들이 이동하는 동안 내는 이 에너지를 이용, 새로운 화학 결합을 만들어 낸다. 이제 태양에너지는 돌고 있는 분자들 속에 들어가는 대신 두 원자들 간의 화학결합 속에 숨는다. 엽록소가 진정한 의미에서 태양에너지를 낚아챈 것이다.(이렇게 재미나게 광합성에 대해 설명해 두고, www.eduvinet.de/mallig/bio/Repetito/Bfosyn2.html 이라는 홈페이지까지 주를 달아주는 친절한 수잔네다.)
난 이런 친절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 주변에 너무 친절한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물분자는 전기를 띠고 있으며, 다른 물분자들과 결합되어 있다. 그것은 몇십 분의 1 나노미터다. 그러더니 물 분자의 편에서 보자면 일반적인 뿌리털 하나는 약 2백킬로미터 높이에 몇천 킬로미터의 길이쯤 될 것이다. 이 작고도 작은 물분자들은 뿌리 방향으로 움직인다. 물분자들은 뿌리털의 얇은 세포벽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그 안의 틈서리와 찢어진 곳을 따라 비틀거리며 들어갔다가 다시 둥근 천장 같은 곳으로 나온다. 이곳은 뿌리 껍질의 세포들 사이의 공간이다., 뿌리의 중앙에는 물관이 일렬로 놓여있다. 이 물관들의 바깥쪽 끝에서는 태양을 흡수하고, 물분자들은 그 소용돌이를 아랫쪽까지 느낀다. 이 때문에 물분자들은 뿌리 중아으로 미끄려져 가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물분자들은 일종의 왁스층인 내피를 향해 부딪친다...
물 분자가 어떻게 해서 뿌리를 통해 물관으로, 다시 식물의 신진대사에 연결되는지, 그녀의 상상력과 표현력은 귀찮은 과학을, 어려운 과학을 내 곁에서 수다떠는 재미있는 공부로 바꿔준다.
식물들도 외부의 해악에 대해서 반응한다든지, 식물 안의 화학 공장과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향료나 약물들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적고 있는데도, 재미있고, 풍부한 비유를 느낄 수 있다.
우연히 집어든 책에서,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데도, 간혹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 한 책이다.
지구라는 푸른 별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를 만들면서도 늘 지구를 해치는 해충이다. 수천 년 살아온 나무들이, 정말 무서운 생명력을 지닌 풀들이 이 푸른별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를 겸허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