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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럼, 좋은 이라크인은 죽은 이라크인 뿐이고,
좋은 북한인은 죽은 북한인일 뿐이겠지?
좋은 쿠바인도 죽은 쿠바인일 뿐일 게고,
좋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다.
단, 미국인을 제외하고는...
온통 거짓과 학살로 피범벅이된 책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라면, 구하기 어려운 인디언 추장들의 사진들을 실어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바호족, 아파치족, 그리고 시팅불, 크레이지 호스... 그 유명한 인디언 추장들을 대하는 얼굴 흰 자들의 모든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고, 비겁 그 자체였다.
우리는 워싱턴에게서 <정직은 최선의 정책>임을 배우고,
링컨에게서 <노예 해방의 열린 마음>을 배우라고 어려서부터 들어 왔다.
그런 인간들이 우리 위인 전기에 떡하니 실려 있었던 거다.
인디언 멸종의 역사를 치가 떨리도록 정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어떤 책들은 모든 공격은 미국놈들이 먼저했고, 인디언들은 좀 신비롭게 그리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악에 받쳐서 살생을 저지르는 원주민들, 그리고 어리석게도 백인들의 말을 믿고 들어가는 그들, 그러다가 죽음의 구렁텅이인 허울 뿐인 <보호 구역>에 갇히거나 배신자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거나, 다시 백인들과 싸우게 되는 과정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역사를 대상화 시킨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관>에 입각한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몇 권 읽은 이쪽 분야의 책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한 책으로 보인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서술이 조금 난삽하여서 한 달음에 읽어 내려가기는 어렵다. 한 줄로 읽어 내려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라면, <제로니모>를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대신에 원주민들이 어떻게 파괴되어 갔던가를 처음 알고 싶어하는 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미국인들이 왜 그토록 피흘리는 싸움에 굶주려 하는지... 태생을 알면 이해가 될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