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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13가지 질문 - 둥근 사각형을 믿는 사람들에게
잭 보웬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 / 다른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은 금긋는 일이다.
이쪽과 저쪽을 나누고,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일.
좋은 철학은 소수자를 갈라서 보호하는 철학일 것이고,
나쁜 철학은 극소수 권력층을 갈라서 보호하고, 나머지는 이리저리 갈라서 억압하는 기제가 된다.
한국의 철학은 '부재'가 아니라, '봉건 철학'이 지배해 왔다.
그 증거는 지폐에 그려진 '위인들'이 '봉건 왕조시대'에 기여한 인물들임을 생각하면 쉽다.
대학의 철학 개론 시간에 철학의 흐름 정도를 훑는 일은
삶의 철학과 너무도 간격이 크다.
이 책의 부제인 '둥근 사각형을 믿는 사람들에게'라는 말은 참 재미있다.
사각형은 선분 네 개가 만든 각도형이고,
둥근은 선분이 없는 곡선으로 만든 도형이기 때문에
모순된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너무도 많다.
현실에서 지각변동 심한 네팔 사람들은 신 앞에서 가장 겸손한데, 또 그들에겐 가장 큰 시련이 닥친다.
현실에서 권력자들은 늘 가난한 사람들을 '이기주의자'라며 몰아붙인다.
이 소설은 철학에 대하여 설명하는 재수없는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우리는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1. 지식... 내가 보는 것은 실제인가? 9시 뉴스의 거짓말들, 왜곡된 뉴스들을 실제라고 믿고 살던 나는 무언가...
2. 자아, 이성, 정신... '나'는 언제부터 '나'일까? 치매에 걸려도 '나'인가? 변해도 '나'인가?
3. 참과 거짓... '여기'있는 나는 '거기' 갈 수 있을까? '여기'는 내가 있는 곳이란 뜻인데도...
4. 신.... 과학... 내일도 태양은 떠오르며, 신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신의 목적이 있다면, 네팔은 왜 힘들고, 미국은 왜 번영하는가...
5. 동양사상 ... 생각으로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 현실 회피 아닌가. 그렇지만, 또한... 정신적인 훈련이 도움되기도 하지 않는가...
6. 자유의지... 한국, 서민, 교사, 50대, 1966년생... 이런 정해진 것들 사이에서 태어난 내게 자유로운 것은 무엇일까?
7. 논리... 믿음에도 올바름, 정도는 있을까? 조선일보의 논리는... 믿음일까? 의도적 거짓말일까?
8. 사회, 정치, 돈... 나는 계약한 적 없는데, 왜 국가는 나를 지배하고, 돈이란 종이조각(천 조각)은 가치를 인정받는지... 왜 지들이 지랄을 떨면 내 연금을 줄일 수 있는 건지...
9. 윤리, 도덕... 꼭 올바르게 살아야 하나... 도덕이나 윤리는 '지배적 집단'의 생각일 뿐이다. 올바른 게 있긴 한가...
그러다가... 마지막 여행에 가서는... 더 깊은 생각거리들을 던져 놓는다.
인간은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부조리하게 살다
부조리하게 간다.
누구는 전쟁터에서 비참 그 자체를 살다 가고,
누구는 평생 행복한 환경에 싸여 부귀영화만을 누리다 간다.
비참도 제잘못이 아니고, 부귀도 제 능력이 아니다.
과연 이 속에 살면서 어떤 철학을 가져야 할 것인지,
북극을 가리키는 자침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기를 요구하는 철학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