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김혜나 지음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람이

작가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글을 쓰지만,

결국 등단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에 지쳐 살만 찌고...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요가를 배우고,

결국 요가 강사가 되고,

그러다 등단도 하고 책도 팔려 인세를 받지만,

또 슬럼프가 오고,

그러다 다시 만난 새로운 요가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건강도 되찾고 삶의 의욕도 되찾았다는 이야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호흡하는 일이다.

숨을 들이쉬면서 산소를 핏속에 공급하는 것이 허파의 일이고,

핏줄은 온몸으로 산소를 나른다.

그렇게 일정하게 숨을 쉬고, 맥박이 뛰는 지를 체크하는 일을 바이탈 사인이라고 한다.

 

바이탈...은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이란 소리다.

숨을 쉬어 몸속의 불씨를 계속 지펴 주어야 하고,

밥을 먹어 영양분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피가 돌아 영양분과 산소를 세포에 전달하고,

발전기를 통하여 열기를 얻어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어디 한 군데 막히면 '기가 막힌다'고 하고, 균형이 깨진다.

 

마치 영성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몹시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살던 소설가가,

점차 편안하고 쾌활한 육신과 정신을 지닌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이므로...

 

사랑받고 싶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늘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구하고 다녔지만,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가지지 못하니

더욱 더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났다.

그럴수록 내가 원하고 또 구하던 사랑들은 나에게서 더욱 멀리 달아나 버렸다.(237)

 

자신의 바탕까지 도달해서,

자신의 찬 기운, 막힌 기운을 뚫어낼 수 있도록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의 옷자락에 스친 환자가 저절로 낫는 경험을 하듯,

순간적으로 병에서 벗어날 수 있기까지, 많이 노력했다.

 

매우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을

위장의 4분의 1을 비워 두며, 쉬바신의 기쁨을 위하여 먹어야 한다.(하타요가 프라디피카, 208)

 

과식은 죄악이라는 말을 기억해야겠다.

건강과 영혼을 위하여 4분의 1을 비워두는 훈련을 하리라 마음먹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도망치고 싶은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순간이라는 응답이 내 안에서 서서히 솟아올랐다.

너는 이미 네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가거라.

네가 도망쳐온 그곳으로.

주저하지 말고 더 과감히 한 발자국씩 나아가라.(115)

 

기도도 몸이 따라가야 이루어진다.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며 나 자신을 속인 채로 살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가 만든 테두리에 갇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해 항상 숨막혀 했다.

그 거짓된 욕망과 집착, 좌절과 절망의 세계를 넘어

나에게로 돌아온 글쓰기는 이토록 기꺼운 것이었다.(86)

 

몸의 문제는 결국 소통의 문제고, 정신적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그것을 찾는 공부라면 요가든 마라톤이든 실천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내 안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동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을 차분하고도 섬세하게,

혹은 강렬하게 일깨워주는 선생님.

그녀의 그 뜨겁고 활동적인 에너지가 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워 주었다.

가만히 있으나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를.(29)

 

인간의 안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으로 가득한 열망이 놓여있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고,

오히려 억압하고 착오하면서 살면... 몸이 아프다고 한다.

 

이 책은 마침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내게 자극이 되었다.

나이 쉰이 넘으면서 급격히 저하되는 신체적 에너지를 관리하지 않았다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교통사고처럼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자꾸 읽게 되니,

무어든 때가 있는 것이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현실은 각박할 수 있다.

사람을 숨쉬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소설이든,

사람이든,

운동이 되었든,

열중해서 자신의 바탕에 놓인 문제를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리라 믿게 된다.

 

가슴 속 깊이서부터 따스한 온기가 생기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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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1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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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9 1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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