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수잔 앨리스 왓킨스 외 지음, 안찬수 외 옮김 / 삼인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원 제목은 Marching in the street이다.

1968년이라면, 한국에서는 새마을 운동의 억압 아래 온 국민이 달달 외워온 <국민 교육 헌장>이 발표된 해이다. 태어 나기도 전에 이미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그 시대 말이다. 이 책에 베트남, 일본, 북한도 등장하지만, 한국은 없다. 아, 한국은 단 한 번 등장한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학생들의 저항이 많았다는 회고에서... 그만큼 뜨겁던 1968년, 한국은 동토였다.

북한의 푸에블루호 사건은 정말 통쾌하다. 미군의 푸에블루호란 군함이 북한 해역을 침입하여 나포된 사건으로 베트남 전쟁에 열을 올리던 미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꺾은 사건이라 할 만하다.

골리앗이란 괴물의 나라 미국을 이긴 다윗은 베트남만이 아니었다. 푸에블루호 사건을 볼 때, 북한은 분명 다윗의 나라였다.

베트남의 미군 사령관 이름이 참 해학적이었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이란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일게다. 웨스트 모어 랜드라니...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버팔로들을 살육하며 더 많은 more  땅을 land 차지하러 서쪽으로 서쪽으로 West 진군하던 인종들이 드디어 날짜경계선을 넘어 베트남까지 갔던 것인지... 이름 참 잘 못지었다.

폴란드의 바르샤바, 체코의 프라하와 두브체크, 유고와 티토, 그리고 체 게바라... 일본의 미군 공수 방해 시위와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일어난 반전 집회와 파업...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져버린 1998년의 시점에서 30년 전의 그 뜨겁던 투쟁과 연대의 나날들을 캘린더 형식으로 리포트 하는 구성을 취한 것은 독특하면서 의미있는 구성으로 보인다. 특히 쉽게 접하기 어렵던 사진들을 많이 실은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 준다.

세계는 열전의 시대에서 냉전의 시대로, 이제 미국 독점 글로벌 시대로 시간을 흘리우고 있지만, 어제 뉴스에서 만난 후세인과 이라크처럼, 아직도 어둠은 온 지구를 짙게 덮고 있고, 미국은 새로운 베트남을 찾아 그 탐욕의 눈길을 언제나 번득이고 있다.

연대의 이름으로 외쳐졌던 노동 문제, 인종 문제, 여성 문제 들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이런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이런 책을 골방에서 읽어야 하는 친구들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지금도 지구 곳곳에선 폭탄 테러를 계획하는 10대 어린이들도 있을 것이며, 날마다 지뢰에 폭탄에 몸을 상하는 곳에 사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이천 년 전 나라를 되찾은 강도 이스라엘의 폭압에 날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있을 것이다.

자유라는 이름을 억압하는 테러, 전쟁, 탱크, 미국 대통령... 이런 껍데기들에게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신동엽 시인의 시가 발표된 것도 이 무렵이었고, 풀뿌리 민중의 승리를 예견하던 <풀>의 작가 김수영이 부자 작가 이병주와 술 마시고 헤어져 오다 버스에 치어 죽은 것도 같은 해였다.

1968년... 지구 곳곳에선 광주가 펼쳐져 있었고, 광주는 아직도 피흘리고 있으며, 지구의 가난한 자, 차별받는 자들은 아직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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