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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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로 국가가 떠들썩했다.

대통령은 몇 번이나 고개숙여 사과하는 뒷구멍으로 경찰과 검찰의 무단통치로 정국은 잠재웠다.

용산, 쌍차 등 사고가 잦아들지 않았지만, 국민적 저항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라는 배가 뒤집어지면서 국가는 총체적으로 무능함을 증명하였으나,

6월 선거에서도 그런대로 정부가 승리했다.

 

도대체 한국 사회는 어떤 구성체인가?

봉건 국가가 제대로 해체된 적이 없었던 노예 의식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만나 다시 갑을 상황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워낙 '식민지, 전쟁, 독재' 삼종 세트의 폭력에 <적응>하다 보니,

적자 생존의 겁쟁이들만 살아남는 진화를 거치고 있는 중이나 아닐까?

 

이명박근혜의 통치를 8년째 겪으면서 국민이란 참 비극적인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팟캐스트 붐을 일으켰던 가카의 시대가 갔으나,

가카에게 돈을 준 사람은 죄인이 되어 조사를 받고, 가카는 여전하시다.

무엇이라도 해야하겠다는 생각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차렸을 것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유쾌하고 경쾌하게 세상을 들여다 본다.

자신들만의 해학과 풍자를 통한 비판이 아니라, 전문가를 초빙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답답하다. 울분만 터진다.

 

마르코스가 말했던 것처럼 말과 글은 우리의 무기이다.(머리말, 7)

 

세월호 난민들을 벌레보듯 하는 청와대의 모멸에 온 국민이 치를 떨 때,

교황이 왔다. 그가 진보든 뭐든 종교가 무슨 힘이 있나... 했는데,

역시 힘은 없지만, 그는 많은 교훈을 남겼던 것 같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나 비방이 아니고, 정의의 결과다.(43)

 

교황의 언사들은 쉬우면서도 핵심을 콕, 찌르는 말들이 많았다.

교황께 전달한 유민 아빠의 편지를 읽으면서,

조선 말, 교황에게 전달하려는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황사영은 그 사건으로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한다.

 

백성들은 물에 빠져 죽는 고통속에 있는데도 어지신 아버지를 잃어 붙들고 호소할 데가 없으며 진실한 형제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 의논하고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오직 주교님께서 은혜로는 부모를 겸하셨고, 의리로는 사목의 무거운 책임을 지셨으니, 반드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원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짓은 동양에서 2백년 이래 없었던 일이니 군사를 일으켜 죄를 묻는 것이 무엇이 옳지 아니하겠습니까? 예수의 거룩하신 가르치심에 의거하면 전교를 용납하지 않는 죄는 소돔과 고모라 보다도 무겁다고 하였으니 비록 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성교의 표양에 해로울 것이 없을 것인데 다만 지금의 이 계획은 성세를 크게 벌여서 전교를 받아들이게 함에 불과한 것입니다. (황사영 백서 중)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 주십시오.(47, 유민아빠의 편지 중)

 

자국 백성을 돌보지 않고 학살하는 조선 정부나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나

국민을 적대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이런 말을 다른 권력에 당부해야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줄 자 누구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보수>란 이름으로 집합하는

어버이 연합, 기독교 세력, 일베 등의 현상에 대하여 깊이 살피고 있는데,

 

아마 조직적으로 유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들이 체계적으로 망을 깔아서...(171)

 

뭐, 선거에도 국가 기관이 불법을 저지르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국가이니,

조직적으로 국가 기관이 여론을 조성하는 저질 국가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마는...

 

우리 나라 사법체제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게 해야죠.(172)

 

작금의 '보수'를 참칭하는 단체나 일베 등은 국가 기관에서 조직적으로 비호하는 분위기다.

그걸 판,검사들에게 잘 하라고 하는 말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살살 다루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발렌베리는 지주회사를 공익재단이 소유하게 함으로써 소유를 사회에 내놓고 경영 승계권을 확보한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소유 경영을 세습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189)

 

노회찬 씨의 X 파일을 보면,

녹음된 내용과 그 사실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의원직을 박탈했죠.

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은 아무 일도 없이 다 출세해서 잘나가고 있는데...(198)

 

작금의 현실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돈을 준 사람은 궁지에 몰려 자살을 하고,

돈을 받았다고는 하지 않지만... 다들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한 나라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핵발전 사고라는 대재앙의 예고일지도 모른다.(한홍구, 205)

 

고리원전은 우리학교에서 직선거리 4킬로 지점에 있다.

(아, 원자력발전이 아니고 핵발전소란다.)

대재앙... 세월호 참사가 예고편일 따름인...

일본에서 일어난 현실을 보고도,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고리원전을 재가동한다.

간도 큰 사람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한다는 배포는... 참 무섭다.

 

두려워하지 말라.

검열하는 자들이야말로 나약한 자들이다.(어산지, 294)

 

부정으로 권력을 잡아

여론을 조작하는 이들이야말로 '검열'을 필요로 한다.

그들이 '폭력적 힘'으로서는 강할지 모르지만,

'정당성에서 나오는 힘'의 면에서는 취약한 자들이다.

 

물론, 한국처럼 상처받은 역사를 안고 출발한 국가에서는

국가 기관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다.

대법원 이하 사법기관에서 정의란 '권력의 뜻'에 불과하고,

경제 정의란 '부자들의 뜻'과 같다.

언론 정의란 '권력과 부자들의 뜻을 알림'일 터이다.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는 책이 대통령 공약집 이름이었다는데,

'약속을 바꾸는 세상'이라고 노회찬이 비틀었다.

참 세상 험하다.

 

의료 영리화, 연금의 개악 등으로 세상은 점차 살기 힘들게 된다.

계층 갈등이 선거때마다 두드러지는데,

과연 부정 선거가 없었더라면 그 진실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60대가 행복해서 긍정적 답변을 하기보다는

지금 힘들기 때문에 혹은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합리화시키는 자긍심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367)

 

세 사람 중 노회찬의 생각이 가장 분명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가 주제고,

명량에서도 '우리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 후손들이 알기나 알까 몰라'가 등장하는 세상.

 

이 책에서 <생각해 볼까>하는 문제들은

국민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잘 짚어주고 있으나,

이런 책의 한계는 언제나, 항상, 슬프게도,

읽을 필요 없는 사람들이 독자의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자라나는 세대들도 겁먹은 토끼로 성장하게 하기보다는...

이런 책들로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줄 필요도 있기는 하다.

정치에 처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토막토막 짧기도 하고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다만, 후년에 있을 대선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하여...

너무도 막막한 그림이 그려져서 힘든 마음이 별로 위로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늘만큼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는다.

 

 

352. 삼당 합당을 <자민당>이라고 했다...  자민당은 일본이고, 새누리당 전신은 그이름도 거룩하신 '민주 자유당(민자당)'이시다. 아, 자유당, 이승만의 후예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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