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 - 학습 매니지먼트
이병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9800원이다. 좀 비싸다. 내용이 허무한 데 비해서.

그러나, 중고생을 둔 부모님이나,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중고생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

학원을 정말 그만둬야 하는 것일까? 학원 그만두면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읽으면 저절로 해결된다. 학원은 필요한 과목만 적당한 시간에 가면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면 학교 생활이 정말 갑갑하다. 성적이 학생의 품질을 좌우하는 유일한 잣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공부 잘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나오면 입사 시험도 성적순이다. 행복이 성적순은 아니지만, 성적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순 없다.

그리고, 청소년기의 성취감은 평생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참 멋진 사람이고, 훌륭한데 술만 마시면, 내가 공부를 좀더 했더라면 그런 대학을 나오지 않았을텐데... 하는 푸념을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러지 않도록 하자는 책이다.

우리 나라의 사교육은 공교육 시장을 넘어서는 규모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없고, 모두 봉고차를 타고 학원으로 날아 다닌다. 그 사교육이 거의 거품이란 이야기다. 태권도, 미술, 음악 정도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보습학원이나 숱한 학습지 거품은 90퍼센트 이상 줄일 수 있다.

대신, 아이에게 매니저가 필요한 것이다. <학습 매니저>

자기가 서울 공대를 다녀 봤기 때문에 학습에 대해 매니저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저자의 의견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 책을 읽는 학부모라면, 자녀를 무작정 학원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자녀가 명확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것을 바라보는 일만큼 가슴 뿌듯한 일이 부모에게 다시 있을까?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청소년기에 한숨만 쉬고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성적이란 올가미에서 능력있는 아이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본다고 아이가 성적이 올라갈 리는 없다. 그러나 학부모나 아이가 진지하게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를 찾게 된다면, 이 책이 만원의 가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계 고교에 있을 때, 내가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 학습 매니지먼트였다. 그렇지만, 사실 공교육에 매달린 교사에게 마흔 명의 아이들의 매니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학부모들은 돈봉투를 내밀면서 아이들에게 지나가는 말로라도 격려를 부탁하지만, 돈봉투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을 격려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야말로 과외 교사가 매니저가 되어 준다면 다행스런 일인데(과외를 할 여력이 된다면), 과외 교사와 아이가 찰떡 궁합이 되어 진보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객지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서른 명 가까운 과외 제자를 가르쳐 본 경험도 있지만, (불법 과외던 시절에 먹고 살기 위해 꽤나 힘들었던 경험이다.)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아이는 세 명뿐이다. 한 아이는 학급 60명 중 20등 하던 아이였는데 나랑 딱 두달 공부하고 나서 4월 시험에 반에서 5등, 5월 시험에 전교에서 5등을 한 아이도 있고, 수학만 못하던 고1 여고생을 한 달 가르쳐서 수열을 95점 맞게 해 본적도 있다. 그 여학생은 나머지 한 문제 실수로 틀린 것을 정말 아쉬워했다. 다른 한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르쳤는데, 중3되면서 서울 강남에서 반에서 10등 이상이 올랐고, 고1이 되면서는 반에서 5등 정도로 오른 아이들이 있다. 반면, 스물 몇 명의 아이들은 나와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았고, 나는 한 두달 만에 그 집에서 잘리는 경험을 숱하게 당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매니저가 되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차선은 대학생이든 학원 강사든 과외 교사(1대일 수업)가 매니지먼트 해 주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공부를 잘 하는 형이나, 삼촌도 괜찮겠다.
정말 주변에 매니저 수준이 없다면, 담임 선생님께 간곡한 상담을 요청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담임이 돈만 요구한다면 헛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정 매니저를 못구할 경우 인터넷 상담실 같은 곳이라도 이용해 볼수 있겠다.

지금 내가 실업계 고교에 근무하는 것이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일반계 고교에 있었더라면, 공부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실업계 고교 아이들과는 공부에 대해서 나눌 이야기가 별로 없다. 그리고 상담 효과도 정말 미미하다. 진지하게 공부할 것을 권하고 한 달 지나고 물어보면 언제 그랬냐는 식이니...

그래서 나는 요즘 아들 녀석의 매니저를 하고 있다. 몇 달은 과외 선생처럼 수학을 좀 가르치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것이지, 과외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할 목표를 정해 보게 하고, 늘 긍정적이고 의욕적으로 생활하도록,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취해 주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옆에서 도와줄 일이며, 가끔가다 아이가 공부한 것을 얼마나 집중력있게 했는지 확인해 주는 매니지먼트는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부모들이 무작정 아이들에게 <공부해!>하며 닥달하면,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엄마, 피곤해요."
우리 젊은 아이들이 그렇게 피곤해 할 이유가 없다.
공부하란 말만 안 하면, 아이들은 컴퓨터를 하거나 만화를 보면서 즐겁게 논다. 공부하라고 할까봐 지레 피곤한 것이란다.

수업 시간에 열중했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아이들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부모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볼 일이다. 수업 시간에 열중하지 않고 어떻게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지... 교과서 위주로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떻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학습 방법 서적들 보다는 이 책 한권이라도 가슴에 품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녀를 경쟁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세상을 그렇게 경쟁으로만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철학적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이 책은 학습이란 어떤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명확히 서술하고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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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10-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습 매니지먼트를 하는 곳들이 있죠. 학습클리닉 뭐 이런 곳들이요.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참 좋긴 하던데... 너무 비싸더군요. 물론 과외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냥 돈이 많으면 세상 살기 참 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입맛이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글샘님 같은 아빠나 삼촌을 두었음 좋겠구만 ^^

BRINY 2005-10-06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을까 말까했는데,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05-10-0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학습 클리닉이란 학원을 보내시란 말씀이 아닙니다. 그런 공부방에 보내는 것도 아이가 좋아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요. 갈수록 부가 세습되어 가는 세상에서 어른이나 아이나 살기는 힘들지요.
브리니님... 읽어보세요. 선생님이라면 학생들 상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답답해할 때, 그저 열심히 하라는 것보다는 조금 더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kyongho 2005-10-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상세하고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