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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현실에서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아 미치겠는 일이 너무도 흔하다.
비극적 한국 현대사의 숫자로 된 역사의 아이러니는
그 간결함의 미학이 품고 있는 비극의 크기를 도저히 가늠하기 힘들다.
5.18, 4.19, 5.16, 8.15... 이제 4.16
마이클 코넬리의 이 소설에서는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연일지, 운명일지를 고뇌하게 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전문 절도범 캐시 블랙과 파트너 맥스,
맥스의 죽음과 얽힌 의문들은 사건이 전개되면서 인과관계가 드러난다.
비록 현실에서는 밝혀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지만 소설에서는 명쾌하게 밝혀지는 구성이어서
힘들 때일수록 장르소설을 읽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상징적인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제목인 '보이드 문(달이 숨는 시간)' 역시 그러하다.
인간의 운명에는 명쾌하게 인과관계가 드러나는 일도 많지만,
캐시의 삶에서처럼 그 인과관계가 거의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레오는 보이드 문 시간에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시간에 거길 가지 않았더라면... 하고 후회해도 소용 없는 일들이 흔하다.
맥스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났다.
캐시는 언제나 그 만남을 서로 잘 어울리는 영혼들의 우연한 마주침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 세상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
캐시 자신에게는 결코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146)
조디의 엄마이면서 엄마일 수 없는 캐시의 슬픈 삶도,
맥스와 알콩달콩 콩을 볶으며 단란하게 살 수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하면 아련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벌새는 왼쪽으로 휙 날아가더니
갑자기 수영장을 향해 급강하했다.
잔잔한 수면 위 30센티미터 지점까지 내려갔다.
거기에서 수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더 내려가 수면에 몸을 부딪쳤다.
날개를 정신없이 팔락거렸지만
날기에는 몸이 너무 무거웠다.
물이라는 덫에 걸린 것이다.(274)
그렇게 수영장에 둥둥 떠있는 벌새보다 인간이 나은 게 무얼까?
물이라는 덫에 걸린 벌새나
돈이라는 프레임에 걸린 인간이나...
마술사 아버지의 아들인 카치는
인간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의 달인이다.
물론, 거기서 '사라지게 하는'은 눈속임이 아니라 '살인'이 되지만...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마술사들은 관객의 눈을 가리고 자유의 여신상도 사라지게 한다.
잠시 후 커튼을 걷으면 사라진 여신상을 확인하며 관객은 환호한다.
자신들의 좌석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진 구조임을 모르고...
카치는 '동시성'을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별개로 보이지만 서로 관련된 일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는 것. 동시성.(404)
눈속임은 잠시 가능할 수도 있지만,
영원히 속이는 일은 힘들다.
별개로 보이는 일들도 지나고 나면 연관성이 맺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사막같은 삶이라도 착하게 살아야 한다.
사막이 바다가 되는 곳...
이야기는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그 욕망의 도시에서
인간다운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만나는 사람도 있다.
엄마 캐시가 딸 조디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눈물흘리는 시간은
아무리 팍팍한 세상이라도, 사막이지만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려 돈을 뿌리고 내려오는 캐시와 조디의 대화.
"저 아저씨들 뭐하는 거예요?"
"자기들의 진짜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거야."(448)
인간의 진짜 마음은 추하다.
자기 욕심을 위하여 곧 들통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욕심을 채우려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도 흔히 행한다.
사막이 바다가 되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 기다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지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312, 경동맥이 절단된 왼쪽에서 피가 졸졸 흘러나왔다...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한 지점 아닌가? 경동맥인데... 졸졸이라니...
361. 침대에서 베갯잇을 집어 들고 베갯잇을 뜯어낸 다음 ... 베갯잇을 벗겨낸 다음...이 좋겠다. 뜯어내는 건 좀 억세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