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3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3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3권에서는 앨리스 먼로, 트루먼 커포티, 커트 보네거트, 어슐리 르귄

줄리언 반스, 잭 케루악, 프리모 레비, 수전 손택

돈 드릴로, 존 치버, 가즈오 이시구로, 프랑수아즈 사강의 12명이 실려있다.

 

관심있게 먼저 찾아본 작가는 프리모 레비와 커트 보네거트, 가즈오 이시구로였다.

 

작가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지요.

어떤 작가가 정직한 사람이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면,

나쁜 작가가 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명확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옮길 수가 있으니까요.

반대로 할 말이 없는 작가라면, 글이라는 도구가 있다고 해도 그는 이류랍니다.(294)

 

프리모 레비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는 수용소의 삶이었다.

그가 수용소를 빼고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할 말이 없는 작가...라는 말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관통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자.

 

전 외출하기, 여행, 말하기, 듣기를 좋아하고 구경하고 관찰하기를 좋아해요.

주의력 과잉장애가 있는지 몰라요.

제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집중하는 거랍니다.(수전 손택, 316)

 

관찰은 모든 작가의 필수품이다.

그러나, 그 역시 소설의 초고는 쉽지 않다.

 

어려운 것은 도입부예요.

언제나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느끼며 시작해요.

니체는 글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차가운 호수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죠.

삼분의 일쯤 진행되어야 그게 그럭저럭 괜찮은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316)

 

그런 손택에게 소설은 세상을 향한 말하기의 한 형식이었다.

 

사색, 반추, 독자를 향한 직접적 연설은 전적으로 소설 고유의 특성이에요.

소설은 큰 배예요.

저는 제 속에 있는 추방된 에세이스트를 구조할 수 없었어요.

제 속에 있는 에세이스트는 소설가의 일부였을 뿐이에요.

제가 마침내 되었다고 인정한 소설가의 일부 말이에요.(334)

 

소설은 스토리만을 전달하는 형식이 아니다.

소설을 통하여 에세이와 같은 연설을 더욱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추는 셈이다.

그런 속에서 문학은 황홀경마저 담긴 예술인 셈.

 

문학은 황홀경을 주나요?

물론이죠. 음악이나 춤보다는 확실하지 않지만...

문학은 그 정신에 더 많은 것이 담겨있어요. 우린 책에 엄격해야 해요.

저는 다시 읽고싶어지는 책만 읽고 싶어요.(337)

 

인생은 짧다.

그는 암과 백혈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가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만 읽고 싶다'고 말한 데는 인생의 유한함을 느끼는 감회가 짙게 서려있다.

 

이시구로의 '집사'는 독특한 은유다.

'남아있는 날들'의 집사에 대한 설명이 멋지다.

 

하나는 특정한 종류의 정서적 냉랭함이고,

다른 하나는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사람을 상징해요.(445)

 

많은 일을 하면서도, 모든 일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2차적인 관계로 냉랭함을 지켜야 하는 집사의 삶.

이시구로는 그런 현대인의 삶에 대해 꿰뚫는 소설을 쓴 걸까?

이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둘 만 하다.

 

도덕적 판단은 결코 내리지 않아요.

제가 하는 말이라고는

그 인물이 익살맞다거나 쾌활하다거나 따분하다는 정도예요.

등장인물들에게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건 몹시 지루한 일이에요.

전혀 흥미롭지 않아요.

소설가에게는 자신의 미학에 대한 도덕성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469)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윤리나 도덕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뽑아내기 어렵다.

오히려 그 윤리가 무너진 틈새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서 이야기가 나온다.

장르 소설에 등장하는 그 많은 가난한 사람들, 되는대로 사는 사람들에게 도덕을 들이대는 건 무의미하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이여서 가치로운 것이기도 하다.

 

어슐리 K 르 귄은 같은 이야기를 '리듬'이라고 한다.

 

이야기에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리듬이 있기를 원해요.

그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의 핵심이죠.

우린 여행 중이에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중이죠. 게속 움직여야 해요.

리듬이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더라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바로 그거잖아요.(169)

 

커트 보네거트는 참 유쾌한 사람인데,

그는 '쓸모있는 농담'으로 자기 작품을 요약한다.

 

매사에 너무 심각하게 굴지 마시오.

백지 위에 적힌 검은 흔적 몇 개로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면

그게 유용한 농담이 아니고 뭐겠어요.

모든 훌륭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반복해서 속아 넘어가게 하는 위대한 농담예요.(121)

 

그에게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거냐고 물으니 유사한 비유를 들이민다.

 

골프와 비슷해요. 전문가가 제 스윙의 결점을 지적해 줄 수 있잖아요.(120)

 

결국 글은 스스로 쓰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은 결점을 지적해 줄 수 있다는 정도.

그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비결은 머릿속의 독자다.

소설가라면 이런 비결들에서 반짝이는 공감을 격하게 표현하지 싶다.

 

성공한 작가들은 머릿속에 있는 한 명의 독자와 함께 창작을 해요.

그게 예술적 통일성의 비밀이지요.

머릿속에 있는 사람과 뭔가를 만들게 된다면 누구나 통일성을 달성할 수 있어요.(118)

 

작가라면 누구나 칭찬을 듣고 싶어할 것이지만,

반드시 혹평에 도가 튼 편집자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트루먼 커포티의 충고가 도움이 된다.

 

이제는 가장 모욕적인 욕설을 읽고도 맥박이 조금도 빨라지지 않아요.

작가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조언은

평론가에게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마란 것.

또한 머릿속으로 편집자에게 반박하는 편지를 쓰되,

종이 위에는 절대 옮기지 마세요.(81)

 

2013 노벨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를 읽으면서

 글쓰기와 삶에 대한 통찰에서 큰 조언을 들었다.

 

제가 두려운 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이 모든 설레는 느낌을 포기하는 거지요.

공허함을 없애줄 뭔가를 찾게 되는... 그렇게 되는 게 두려워요. (54)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설가가 일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밀접하다 볼 수 있는데,

누구나 일하기를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올 것이고, 그것에 대비하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소설가들 중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노라면,

모두들 참 열심히 노력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의 두려움을 꿋꿋이 참아 이겨낸 사람들이고,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나름의 비결을 개발해 내는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인터뷰를 읽는 일만으로도,

인생 공부이자 문학 공부가 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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