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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이야기 - My Beautiful Girl, Mari
권대웅 지음, 이성강 그림 / 이레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나도 어렸을 때, 퍽이나 순진했었다. 어리숙한 꼬마였던 내가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어 버렸나... 생각하면 삶이 허허롭기도 하고, 마치 꿈과 같기도 하다. 마냥 어린이일 같았는데 어느 새 대학을 졸업했고 악몽같던 군대를 마쳤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하나 낳아서 벌써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내 나이 불혹이 되어 버렸는데...
예전엔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들 했는데, 난 아직도 마음 속엔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어린이와 같다.
머릿속엔 온갖 고정관념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내 삶이 그저 이것만으로 끝날 것 같진 않고, 뭔가 새로운 삶을 날마다 날마다 만들어 가야만 할 듯한 느낌.
마리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였다.
목련같은, 눈같은 순수함을 가진 소년 나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나>를 만난다. 나를 마리라는 이름의 고정관념과 연관짓지만,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는 순수함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왜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을 보지 않고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인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그림은 환상적인 일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람의 손이 빚어낸 그림을 따라갈 수 없다. 아직도 난 사람이 그린 그림이 컴퓨터 그래픽보다 훨씬 정감 넘친다.
이야기의 빛깔이 다소 추상적이고 그림도 추상적이어서 큰 감동을 느낄 수 없었지만, 꿈 속의 달콤하고 포근한 무게가 내 세포들을 잡아당기는 인력의 힘은 떨쳐버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