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서 -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
너새니얼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 / 다른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년에 한 번

에식스호 조난일이 오면 그는 자기 방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죽은 동료들의 명복을 빌면서 단식을 했다.(300)

 

에식스호는 고래를 잡으러 나갔다 오히려 고래의 충돌에 못이겨 좌초한 배이다.

그 선원들은 스무 명이 살아남아 세 척의 배로 이동하였으나,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다.

 

처음 그들의 눈을 끈 것은

보트 바닥에 흩어져있는 뼈다귀들이었다.

사람의 뼈였다.

보트는 마치 무시무시한 야수가 사는 바다 위의 소굴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때 선원들은 두 사나이를 보았다.

이 사나이들은 서로 보트의 맞은편 끝머리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살갗은 온통 종기로 덮여 있었고

눈은 두개골의 움푹 팬 곳에서 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턱수염에는 소금과 피가 엉킨 채 말라붙어 있었다.

그들은 죽은 동료 선원의 뼈에서 골수를 빨아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13)

 

허먼 멜빌의 '백경'에 영감을 주었던 사건인 에식스호의 난파 사건.

그리고 제비뽑기로 동료선원의 희생된 몸으로 견뎌온 시간들...

 

20세기 최대의 해양 조난사고라는 타이타닉과 대조도어

19세기 최대 조난사고라는 에식스호 사건을 마치 소설과도 같은 필력으로 적어나간 논픽션이다.

 

타히티 섬에 상륙했더라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도 있었을 터이지만,

식인풍습이 있다는 풍문을 듣고 석 달을 방황하며

결국 동료를 '처리'하는 경지까지 가버린 불행하고도 충격적이었던 사건.

 

향유 고래의 모습이 생생하게 부딪쳐오는 '백경'과도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매일 200 시시의 물로 버텨야 하는 처지를 겪는 듯한 갈증을 경험하게 한다.

극한에 대한 간접 경험은, 자신의 현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지에 감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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