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사랑한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라고 모두 똑같지 않다.

그건 아마 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남자라는 류(類, 무리)에 들어있는 한 종(種 씨앗 종)이므로

다른 류에 들어있는 종인 여자와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모순 관계>에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회 생활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성적 결합처럼 요철이 결합되는 구조만을 생각한다면

남자의 기능과 여자의 기능이 명백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지만,

사실 생활에서는 그 생물학적 XX와 XY는 대부분의 경우 무시되기 쉽다.

 

직장 동료 중에서도 이성인 교사들과 공유하는 측면이 많을 경우도 있고,

동성인 교사들과 의기투합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인간인 이상,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모순관계>의 부류가 아니라,

인간의 극단적 남성성과 극단적 여성성의 사이에 무수하게 많은 지점들을 상정할 수 있는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 소설은 세상을 양분하는 논의에 대한 문제제기다.

소설이고 미스터리이지만, 자못 진지하다.

아마, 히가시노게이고의 사회 소설치고 가장 진지한 목소리로 웅변에 가까운 작가 의식을 드러내지 싶다.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를 정해서 어느 한쪽 기능을 버릴 순 없어요.

그러면 지금의 내가 아닐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오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꼭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도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요.

물론 장래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일도 있지만.(273)

 

진지해서인지, 그의 소설 중 가장 두꺼운 소설이 아니나 싶다. 무려 706쪽에 달한 말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보면, 이상한 종교를 가진 일부 독선주의자들은 이 책을 불지르려 할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빨강과 파랑으로 이분된 것이 아닌데,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탄아 물러가라' 하는 독선자들을 보면 무섭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하리수나 홍석천 같은 사람들, 또는 김조광수 같은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히가시노게이고의 시선은 그들 역시 어느 한켠의 이야기임을 속깊게 들려준다.

 

당신이 들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아요.

최근에는 그런 논픽션이나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그 안에는 모두 강한 사람밖에 등장하지 않아요.

마치 트랜스젠더나 트랜스섹슈얼 중에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초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지요.(422)

 

안과 밖으로 나눠진 것처럼 판단하는 세상도 조금만 꼬아 보면 '뫼비우스의 띠'라는 것도 좋은 비유다.

 

너는 트래스젠더를 간파해내는 능력이 있다고 하던데,

그렇게 대단하진 않아.

다만 보통 사람과 달리 사람들을 볼 때,

겉모습과 마음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건 사실이지.

그것이 반복되는 사이에 사람들의 본질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679)

 

사람을 이분적으로 보거나, 그 양쪽을 다 취하는 양면성으로 보는 것은 부정확하다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일이 불가능 하듯...

 

흔히 남자를 검은 돌, 여자를 하얀 돌이라고 하잖아.

그 표현을 빌리자면 미쓰키는 회색돌이라고 할 수 있어.

즉 양쪽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지.

더구나 정확히 50%씩.

그렇기 때문에 어느 쪽에도 포함될 수가 없어.

원래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완벽한 검은색도 완벽한 하얀 색도 아니야.

검은색에서 하얀 색으로 바뀌는 곳에 있다고 할까?(681)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잣대를 지극히 투박하게 들이대는 세상의 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애매한 지점에 놓인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설이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치유하지 않으면,

한국이 세계 여성 평등 지수의 최하위권 탈출은 힘겨울는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을 가진 여성을 가진 나라의 의식 수준은,

세계 최고 불평등의 수준이니 말이다.

 

117위 /142개국 중(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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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P)은 지난해 한국의 남녀 평등지수를 전체 142개 국가 가운데 117위로 평가했다. 남녀 평등지수가 이렇게 낮은 것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기준 50.2%로 남성보다 20%포인트 이상 낮고,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도 68.1%에 그친 것은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623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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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 가타 오모이(片思) 치우친 생각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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