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 아이들 곁에서 함께한 35년의 기록
김명길 지음 / 양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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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참 많은 종류의 교사가 있다.

승진에 올인하는 교사도 있는가 하면, 그 중에도 실력있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도무지 뇌가 발견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건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정적이면서도 감성도 풍부한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열정도 감성도 없는 사람도 많다.

 

교사들은 순진한 면도 있고 순수한 면도 있다.

때묻기 힘든 면은 늘 아이들과 생활하노라니 순수한 삶을 지향하기 쉽지만,

또 어른으로서 갖추어야할 종합적 판단력이 부족하게 되기도 쉽다.

평생 살아온 삶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해서이다.

 

김명길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난하던 시절, 힘겹게 살아온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 시대엔 누구나 힘겹게 살아 왔다.

 

하지만, 등록금을 못 낸다고 내는 그날까지 손바닥을 엉덩이를, 심한 날은 뺨도 맞아가며

사립 중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이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따스한 마음이 들던 것은

더 못난 아이들의 힘겨운 삶들 곁에서 늘 함께 계셨던 이야기들로 가득해서이다.

가진 것 없고, 부모조차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사람들이어서

아이들이 갈등의 나날을 살아가는 모습을, 어찌할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보는 교사.

 

그리고 또 학교에서 학생들을 맵차게 지도하는 교사들의 모습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사.

이런 선생님 한 분쯤 계시다면, 학생들도 간혹 의지할 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나는 과연 얼마나 아이들에게 친절했던지를 돌아보게 했던 책이다.

스스로 잘 알아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허나 열 몇살의 나이에 잠잘 곳이 제대로 없어 가출을 일삼던, 그 90년대...

나는 그 아이들 엉덩이에 매를 퍼붓기나 하던 생각없는 교사가 아니었던가 반성한다.

 

학생부라는 악역을 맡았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폭력을 퍼붓던 나를 기억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제라도 깊이 미안했다고 사죄의 말을 해주고 싶다.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생활기록부 길게 쓰기 열풍이 불어... 전문가라는 교사에게 두 번이나 연수를...(95)

 

이 나라의 꼬락서니가 이렇다.

그걸 교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교사는 입시제도라는 교육과정의 정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85%가 사립인 비정상인 나라.

그 사립의 이사장이 최고 권력자인 나라.

그래서 입시제도가 교과서가 한해 걸러 한 번씩 뒤집어지는 희한한 나라.

거기서 교육을 한다는 일은

마치 아이들을 가득 업고서 외줄을 타는 삐에로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어른이라고 나를 믿고 의지하지만,

나조차도 한치 앞을 모르는 주제에 아이들을 독려하는 꼴이란...

 

교사는 인간의 영혼과 만나는 직업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다 바라보는 아이들보다는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아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마음을 써야 해요.

그 아이들의 벗이 되면더 좋고요.

그리하여 단 한 명이라도 나로 인해 위로받는 아이가 있다면 교사라는 일은 보람있는 것 아닐까요.

이 일은 분명히 인생을 걸고 할 만한 일입니다.(224)

 

교생을 담당하여 교생들 앞에서 들려준 이야기라는데,

스무 나믄 해를 이 일에 종사한 나도 부끄럽게 하는 말들이다.

 

아이들은 아프다.

아픈 아이들 곁에서 다독거려주는 일이야말로

교사의 존재 이유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좋은 책.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둬야 할 책.

이론적인 교육 철학보다는, 가슴으로 다가가는 철학으로 가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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