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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광고만 봐서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도 드나드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나는 이 책이 멋진 과학사 책이라고 생각하고 거의 한 달에 걸쳐서 읽었는데, 결국 다 읽지도 못하면서 중간 중간 졸았고, 나중에는 흥미없는 부분은 뛰어 넘기도 했으며, 재미있는 부분은 너무 short history여서 아쉬움만 남고 만 그런 책이다.
두껍기는 겁나게 두꺼운 책인데(교실에 이 책을 들고 갔다가 까부는 녀석에게 이 책으로 때린다고 했더니 그 후로 조용해 졌다) 읽기에는 겁나는 책이다.
우선 제목에서 사기를 친다. 원 제목은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이었다. 거의 모든 것의 간략한 역사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역사라고 함으로써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그래, 그런데 현혹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인 건 분명하지만, 이런 자연과학(치고는 좀 유치한 수준의) 서적의 제목으로 왠지 사기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표지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세계적 화제가 된 과학 교양서란 부제를 붙여서 사기꾼임을 확실하게 한다.
과학을 전혀 전공하지 않은 나같은 독자에게 <시간의 역사>가 미친 쇼크는 대단했다. 정말 잘 쓴 책은 전공자가 아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했음을 가르쳐준 책이 시간의 역사였다.
스티븐 호킹과 빌 브라이슨의 차이가 그런 점일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얇은 책 한 권으로도 세계의 존경을 받았고, 빌 브라이슨은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책으로 욕을 먹으며 돈을 버는 그런 차이...
우주의 발생에서 생명의 발생 내지는 인류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현대의 바다까지 여러 가지 박물학적 지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말 저자가 간략한 역사만을 보여주려 했던 것인지...
마지막 부분에서 <인류는 어마어마한 종을 멸종시킨 추잡한 종족인데,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만약 우리의 외로운 우주에서 생명이 어디를 지나왔는가를 기록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감시할 일을 맡길 수 있는 생물을 디자인하려고 한다면, 그런 일을 절대 인간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시선은 그의 과학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을 특정 분야의 사람들에게, 박물학이나 자연사 연구 관계자들에게 읽힐 목적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저술할 의도였다면, 좀더 얇은 책으로, 나름대로 더 깊은 이야기들을 삽화와 다양한 도표와 함께, 여러 명의 전문가들이 여러 권의 책으로 집필했더라면 도움이 많이 되었을 거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남은 책. (아, 도서관에 가져다 주기도 무겁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