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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ㅣ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중국의 십몇 억 인구가 동시에 1m 높이에서 뛰어내린다면 지구가 공전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적도 있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우리가 가진 진지함의 좌표축을 조금만 흔들어 버린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유쾌해 질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다.
이 책은 유쾌한 상상으로 가득하다.(이 말을 재미있다고 들으면 안 된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별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뭐랄까. 박민규 풍의 개그랄까... 뭔가 한참 떠들면서 분위기학상 웃어줘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은 난 잘 모르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그런 개...그.)
우리 지구는 안정적이고, 나는 지금 산소와 질소가 1:4로 혼합된 공기를 3초에 1회 가량 호흡하며 살고 있는 정교한 생물체이며, 내 혈관 속으로는 십이조개의 세포를 살리기 위한 적혈구들의 달리기가 지금도 진행중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리라고... 우리는 너무도 편하게 믿고 있지만...
뉴올리언즈를 덮친 허리케인만큼이나 늘 위태로운 것이 우리의 하루 하루가 아닐 것인지... 세상에 안정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자연은 보여주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는 마치 내일도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처럼 진지하고 고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시궁창의 쥐를, 씽크대 틈사이의 바퀴벌레를 박멸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알고 보니 쥐들이 우리를 조종하고 있더라는 둥... 그러면 안 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유쾌한 상상이다.
이제까지 존재한 행성 중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행성이라는 둥,.. 앨리스 류의 역설적 농담들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원어로 읽지 못하는 탓에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다. 역시 개그는 번역이 불가능 한 것이다.
다섯 권이나 된다는데, 이 책을 이런 유쾌함만으로 끝까지 읽을 자신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