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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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새벽,

용산에서 망루가 불타는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 중얼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저건 광주잖아.

(에필로그, 207)

 

광주, 사태의 시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시작되었고,

작금의 국가 파탄 사태의 시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시작되었다.

 

한때, '광주 민주화 항쟁' 같은 명명이 된 적도 있으나, 용산이나  광주는 아직도 '사태'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말하지 못하고, 알리지 않는다.

 

이 책은 한창훈의 '꽃의 나라'에 비하면 형상화에 그닥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길고긴 에필로그가 보여주듯,

한강이란 작가가 매달린 '광주의 뒷모습'에 대한 천착의 결과인 <증언 문학>임을 감안해야 한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213)

 

이런 말이 이 소설의 창작 배경을 보여준다.

 

박정희의 딸이 '정치 없는 통치'를 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동안 '공약'은 모두 폐기되었고, 20%를 '지지도'라고 떠들며(아니, 60% 이상이 반대하면 탄핵해야지, 그게 지지인가?)

친일파나 공안파들이 정관계의 요직에 스물스물 벌레처럼 득시글거린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르포'다.

르포 사이사이에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빗대어 '증언'이 나오니까...

 

오월이면 봄이어야 하는데

거리는 십일월 어느날처럼 춥고 황량했다.

무섭도록 고요했다.(204)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

서울 거리느 며칠 전의 꿈속처럼 황량하고 차가웠다.

예식장의 샹들리에는 화려했다.

사람들은 화사하고 태연하고 낯설어 보였다.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평론을 쓰는 한 선배는 나에게 왜 소설집을 보내주지 않느냐며 웃으면서 항의했다.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205)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천안함, 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세월호, 의 눈물은 아직도 줄줄 흐른다.

 

믿을 수 없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

 

이성복이 시 '그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세상이 이런 세상이다.

 

소년은 영혼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내려다 본다.

켜켜이 쌓인 자신의 시신을,

군인의 병장기에 도륙된 소녀의 시신을...

 

그리고, 세상은 다시 병들었다.

양심의 금속성이, 쟁그랑 소리를 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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