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작가란 무엇인가 1,2,3>라는 인터뷰집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들은 유명 작가들에 대한 인터뷰 모음인데, 자못 기대가 된다.

그 책의 머리말을 쓴 사람들은 1권, 김연수, 2권, 이현우(로쟈), 3권, 금정연(poptrash)이다.

 

 

 

무릇, 작가라면...

이런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질투에 사로잡혀 눈에서 불길이 훨훨 타오르지나 않았으려나... 이런 생각이 든다.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조지오웰)

 

손석희가 전임 가카의 회고록을 두고 이런 구절을 읊조렸단다.

당근, 그 가카는 밝힐~ 때는... 돈이 될 때고...

십중89가 아니라, 텐오브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하는 소리렷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가 되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인도하는 글은 아니다.

아직 한국 소설의 고전...이 될만한 작품의 작가도 아닌 그가

스스로도 모를 <어떻게 하면 훌륭한 소설가가 되는가>를 쓸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인터넷 블로그의 특성에 맞게,

2012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꼬박 일 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니, 너무 무겁게 읽을 필요는 없다.

 

그는 스스로의 일을 '칭찬'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자연스럽게 소설가의 삶을 살고 있게 되었음을 내비칠 뿐이다.

그는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또한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다.

그저,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 1인칭 시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블로그(카페)에 ㅋㅋ 거리며 올린 글이다.

그래서 우스개도 많고 진지하지도 않다.

 

결국 소설은 '생고생하는 이야기'로 정의된다.

블로그와 그의 문체에 어울리지 않는 한 단어를 찾자면, '핍진성'이다.

아, 이 단어 참 핍진...하다. 난 핍진...에서 '궁핍'이나 '결핍'의 '피로함'이 느껴진다.

(한자로는 핍진하다의 逼 닥칠 핍 을 쓰고, 궁핍이나 결핍은 乏 가난할 핍을 쓴다. 그저 동음이의 관계일 뿐.)

핍진성이란

소설속의 세계가 긴밀하게 짜여 있어서 현실과 무관하게 나름대로 독립적인 세계를 이루는 성질을 뜻하니까

핍진한 소설이라면 캐릭터들은 진부한 날것의 말들을 자신들의 백스토리와 가치관과 욕망에 걸맞은, 참신한 표현으로 바꿀 것이다.(133)

 

아, 핍진성의 풀이 또한 참 피곤하다...

 

도대체 샐린저가 왜 자신의 말이 기사화되는 것을 그토록 꺼렸는지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나름대로 추측하는 게 있긴 하지만, 그걸 여기에 썼다가는 하늘에 계신 그 분이 또 격분하시지 않을까...(125)

 

황색 저널리즘이란 말이 있다.

싸구려 신문에서 선정적으로 휘갈기는 영혼없는 기사들을 일컫는다.

샐린저 역시 그런 현실에 불신의 뜻을 표한 것이리라.

김연수의 이 책을 카페에서 읽었다면, 재미있다고 느꼈을 듯 싶은 구절들도...

13,000원의 책값을 고려하면... 아쉽다.

 

20,000원의 <작가란 무엇인가>를 곰곰 읽기를 고대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플롯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불타는 다리를 건너갈 때까지 일단 토고부터 쓰자.(110)

 

글쓰는 것이 '기술'의 측면이나 '작업'의 측면에서 강조되는 느낌이 크다.

책의 가치는 한 시대를 관통하는 '생각'의 형상화에서 더 살아남을 수 있을 성 싶은데,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말하는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같은 것으로 느낌을 쓰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토가 나올 지경으로 퇴고를 하는 '작업'을 강조한다.

 

허나, 세계적 명작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설가들의 명작을 보면,

그 시대의 삶을 그야말로 리얼하게 묘사해내는 역량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읽게 된다.

 

단번에 명작을 쓰고 싶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방이 깨끗해지는 우주에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77)

 

불가능함을 이렇게 개그를 섞어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들은 쉽게 읽을 수 있고, 또 웃으면서 작가가 되는 길에 동참할 기회를 주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가카의 '대통의 시간'이라는 책을 집필했을...

토고를 완성했을 작가가 되신 분들도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랜덤하우스코리아가 중앙일보 계열의 재벌 회사라지만,

작가라고 해서 모두 자신의 글에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 상가에 다녀 오면서 버스에서 오랜 시간 보내게 되었는데,

이 책의 리뷰들을 오래 읽었다.

사람마다 글쓰기에 대하여 참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 기회가 되었음을 보고,

아, 뭔가 토하게 만드는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나 글쓰기를 꿈꾸는 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