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며 - 2000년에 1887년을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3
에드워드 벨러미 지음, 김혜진 옮김 / 아고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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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5년.

잠에서 깬 주인공에게 '당신은 지금 2128년에 살아있습니다...라는 말을 들려준다면...

과연 어떤 변화를 상상할 수 있을까?

 

글쎄.

지금 이 시대는 자본의 힘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며,

자본의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던 시대에서 이미 변곡점을 지나,

점차 그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보나 국가내에서 보나 점점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100년 뒤의 어느 시점에선가는 폭발의 징후를 보인다.

그 폭발은 2001년 9.11의 폭발일 수도 있고,

2010년의 3.11 폭발일 수도 있다.

요즘 IS 같은 이슬람 폭도들의 '인질 장사'는 그 폭발의 산발적 장면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벨러미의 이 책은 미래를 상상하는 책들의 효시가 되었다는 책이다.

부분부분 '사회주의'에 대한 공상적 환상을 가득 담고 있으며,

과학 부문에서도 '컴퓨터'나 '신용카드' 세상을 점치고 있다.

마치 1908년의 '강철 군화'가 미래 사회를 '형제 인류애 시대'라고 묘사한 것과 비슷하다.

잭 런던의 강철 군화에 비하면 20년 이른 연대에 출간되었으니 이 책이 더 강렬했을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세상의 부는 거의 전부 개인의 사치에 쏟아 부은 모양이더군요.

지금은 반대로 잉여 재산은 모든 사람이 같이 누리는 도시 정비에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39)

 

생산성이 수천 배는 늘어났을 현대 역시 '부'는 개인의 사치에 쏟아 부어진다.

모든 사람이 같이 누리는 도시 정비는... 글쎄, 관심 밖이다.

 

평범한 일반 시민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으니

사실 '자본 주도'라 불러야 하는데도 '민간 주도'라 부륻ㄴ 방식이 성행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서민 개인이 얼마나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통제하는지...(171)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 많은 부를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던,

그래서 '공상 사회주의자'들로 분류되던 사람들도 있었던 시대.

루카치가 그랬던가.

 

이 빛나는 창공(蒼空)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地圖)를 읽을 수 있던 시대(時代)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대통령은 의학과 교육 기능에 아무 관련이 없고 이 분야는 독자적인 평의회가 통제...(178)

 

의학과 교육은 인간을 다루는 곳이어서,

어떤 이권도 개입될 수 없다는 신성한 구역을 설정한 듯 하다.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이 내세우는 것 역시 그러하다.

쿠바나 독일이나... 생산력 차이는 나지만, 의학과 교육을 모두 경쟁의 도구로 삼을만큼 잔인한 곳은, 곧 지옥이다.

 

한국에서 교육의 최고 지향은 의학과로 가는 것이다. 참 비극적이다.

 

우리는 모두 제대할 날을 처음으로 타고난 권리를 즐기게 되는 때.

처음으로 진정한 성인이 되어 규율과 통제에서 벗어나 인생의 수업료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기로 고대합니다.(181)

 

45세에 정년을 하고,

이제 비로소 인생을 즐기게 된다는 미래상은 환상적이다.

 

선생이 살던 때의 범죄는 95퍼센트가 개인이 겪는 불평등으로부터 비롯되었지요.

가난한 자들은 궁핍 때문에 유혹을 받았고,

부유한 자들은 더 큰 이익을 얻거나 이미 가진 이익을 지키려는 욕망 때문에 유혹을 받았어요.(186)

 

범죄 없는 미래 사회.

곧 불평등의 심화는 범죄 사회로 이행될 것임을 상정할 수 있다.

범죄 없는 사회에 살고 싶다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키를 틀어야 한다.

 

자본은 본래 겁이 많다.(221)

 

빈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가용 자본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자본을 집에 묶어 두고, 현금만을 노리는 월세의 기승 등을 생각하면,

집 사는 데나 은행권에서 대출을 해주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사회의 미래는 절벽이다.

 

존재할 수 있는 정당 중 가장 애국적인 이 당은,

사람들이 태어난 나라를 진정한 아버지, 그저 국민이 자기를 위해 죽기를 기대하는 우상이 아니라

국민을 살게 하는 아버지의 나라로 만들어서 애국심을 정당하게 학

또 단순한 본능에서 합리적인 헌신으로 끌어 올렸습니다.(234)

 

어찌 보면, 내셔널리즘... 곧 나치즘의 긍정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이 소설이 지향하는 바는

현실의 제국주의 분쟁에서 벗어난 유토피아적 국가이므로,

그런 잔인한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의 진보를 믿던 시대의 지식인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이 좁은 땅에서도 이권을 앞에 두고 이전투구를 일삼는 정치가들을 바라보면서 그저 구역질이나 하고 있고,

서민들은 월급을 빼앗기고, 담배에, 소주에, 자동차에 세금을 늘려나가는 현실에 개탄할 뿐이고,

어떻게든 내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좀더 나은 경쟁력으로 내몰기 위해 초등, 아니 유딩부터 고통을 주는 시스템에 적응시키려는

<계발 서적들>을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망상에 빠지게 만드는 곳.

 

우리가 꿈꿔야 할 미래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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