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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이다 - 중국의 大문호 왕멍, 이 시대 젊은이들과 인생을 말한다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 / 들녘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끌리는 그의 철학은 <스스로 학생>이라 칭하는 자세다. 그는 고희에 접어든 성공한 소설가지만 자기는 영원히 학생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 점에서 나도 공감하기에 그의 책을 집어들었나보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고는 '야, 이거 오랜만에 멋진 책을 만나는 거 아닐까?...'하는 기대도 컸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역시 옮긴이가 지은이와 나이가 같은 세대라서 공감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그의 소설 세계를 아는 바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글이 지루하고, 그의 처세 자체가 너무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났던, 그것도 중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문화 혁명기>에 일어났던 삶이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읽어나가면서 내 머릿속에는 잡다한 번사들이 툭툭 튀어다니기 일쑤였다.
좋은 책이란, 읽은 이의 혼을 싸-악 사로잡아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넋을 놓게 있게 하다가, 마지막 장이 가까워 오면 아쉬움에 어쩔 줄 몰라하게 하는 책일텐데... 이 책은 첫 백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슬슬 지겨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다음 백페이지를 읽을 때는 자꾸 생각을 놓쳐버리기 일쑤였고, 그 뒤의 나머지 이백 페이지는 어떻게 읽었는지 남는 기억이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책은 독자를 잘못 만나면 이렇게 주는 것이 없고 만다.
왕멍이 루쉰 이후 최대의 작가라는 표지 말대로, 그의 소설을 읽었더라면 이런 느낌은 없었을 것을... 너무도 멋드러진 제목에 실망도 큰 것인지...
그가 학생이라 함이 독서를 통한 공부만이 아니라 함은, 그의 인생이 얼마나 역경의 그것이었던지를 느끼게 하고, 가장 좋은 스승은 생활이며, 가장 좋은 교실은 실천이라는 말에서 고난의 길을 겪어온 이의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삶이 그를 속였을 때도, 울지 말고 웃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리는 것을 볼 때, 그의 고난을 대하는 자세를 알게 된다. 울지 말고 웃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은 어리석어진다는 마오 주석의 이야기를 오해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그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중국의 특수성을 얼마나 우리가 모르고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한다.
중국을 살아온다는 것은 소용돌이를 헤치고 넘어왔다는 말이다. 내가 잘 모르고 있던 문화 혁명의 소용돌이를 거침없이 넘어온 왕멍의 삶의 자세는 존경스런 그것이었지만, 그의 인생 철학을 지리하게 적은 이 책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