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과학의 트렌드는 '나'를 규정하는 것이 '육체'에서 '뇌'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도대체 '나'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은 내 몸이 경험한 것을 집적한 것일까?

아니면 머릿속 대뇌의 회로에 흐르는 전자들의 느낌에 불과할까?

 

어떤 의문이 생기면 멋진 스토리를 짜내는 작가답게 이 작품도 흥미진진하다.

불의의 사고로 뇌이식을 받게 되는 주인공.

그런데 병원에서 알려준 '장기제공자'와는 다른 '폭력성, 음악성'이 드러나 정체를 찾는 스토리다.

 

상상에 불과하지만, 뇌의 일부를 이식받는다면, 그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과연 이전 소유자의 것일지,

이식받은 사람의 것일지... 몹시 흥미롭다.

 

무리하지마. 너는 너답게 살아가면 되니까.

살아있을 때, 어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머니의 말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즉,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겠다고.

그게 나에게 가장 어울렸다.(39)

 

그렇게 그림을 그리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준이치에게 불의의 사고 이후 자기의 변화는 놀라웠다.

 

살아 있다는 건 단지 숨을 쉰다든지, 심장이 움직인다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건 발자국을 남긴다는 거야.

자기 뒤에 있는 발자국을 보고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똑똑히 아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남긴 발자국을 보아도 도저히 내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300)

 

이식한 뇌가 기증자의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성향이 드러난다면,

소위 정신과에서 말하는 '정신 분열'이나 '이중 인격'의 혼란에 빠질는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번역된 것들을 읽노라면,

아직도 젊은 나이의 다작 작가의 상상력을 즐기는 일은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드라마를 읽을 때면, 그 스토리 속에 푹 빠져들기 쉽게 편안한 글을 쓰기 때문이다.

 

 

332. 숙려단행... 충분히 생각한 뒤에 과감하게 행동함... 이라면, 한자가 '생각할 려 慮'가 쓰여야 한다. 책에는 '삼고초려' 할 때의 '오두막집 려 '로 적혀있다. 한자의 경우 '자동완성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용어나, 여러 가지 용례가 등장하는 동음이의어의 경우... 편집자들의 한자 실력이 들통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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