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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다...(주호영)
나는 이들이 판단력이 모자라 저런 말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모르고 뱉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저들은 '사고란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박민규, 58)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지만,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로
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 하에 발생하는 일이며, 범죄나 역사적인 일 등이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을 이처럼 명백히 '사건'화 한 문장은 못만났다.
그만 덮자고... 유족이 무슨 벼슬이냐고...
그래... 도와달라고 눈물을 짜던 것들은 짜증을 낸다.
어떤 종교집단의 우두머리인 교황이란 이방인만도 못하다.
그 이방인은 그저 애처로워서... 그들을 안아 주었을 수 있다. 그래. 그에게는 '사건'이 아니었으니.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중)
이 사회는 4.16 이후 변화했어야 했다.
그러나, 결코 변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확인했을 뿐, 변화는 없다.
아니, 공안 통치와 철권 통치로 국민을 짓밟으려는 자세만 더 단호해졌을 따름이다.
안티고네는,
국가의 반역자로 낙인찍혀 장례가 불허된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 위에
흙과 제주를 뿌리고 그에 대한 형벌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녀는 오빠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장례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 마땅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자신의 윤리적 임무라 생각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것은 배신이라고 말하는 안티고네와는 달리,
그 동생 이스메네는
'더 강한 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일들과 더 쓰라린 일에 있어서도 복종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스메네는 '지나친 행동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또 이 상황에서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며
통치자들에게 복종할 것을 권한다.(김서영, 181)
'안티'의 대명사 '안티고네'와 '예스'의 대명사 '이스메네...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 '장그래'... 임은 참 서글프다.
장~~그래...는 늘~~ 예스맨이어야 하는 상사맨의 슬픈 처지가 드러나 있어 보이기도 한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와 함께 그의 딸 '안티고네' 이야기 여기 유명하다.
아, 세상은 얼마나 이스메네의 이름을 사랑하는지...
이스메네의 말처럼 반드르르한 말들 속에 숨은 자들은 그 얼마나 많은지...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는 <사건, 진실, 응답>의 구조를 갖는다.(맺는말, 신형철, 229)
국회에서 숱한 파행을 겪다가,
특별법이란 이름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결국 이 나라는 '국민'이 주권을 가진 국가가 아니었음이 만천하에 보여지고 있을 따름이다.
특별 조사위원이라 자들이... 유신 시대의 법관이라 한다.
세월호는 처음부터 이제까지 모두 <진실을 덮기 위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사건이었다.
진실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모든 정황이 보여준다.
선장을 감추어두었던 해경 아파트에서부터,
눈물을 흘리려 30초를 깜박이지 않았던 여자의 눈물까지...
그 사건은...
요즈음 정윤회라든지 박지만이라든지... 이런 이름들과 얽힌 쑥구렁 속으로 파묻히고 있다.
과연 이 '눈먼자들의 국가'가 어디로 흘러갈는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캄캄하도 또 캄캄하다.
유신 시대에는 종교가, 대학이, 노동자, 농민들이 '안티'가 되어 서슬퍼렇게 살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들 '예스'들만 그득한 눈먼자들의 국가가 되어버린 것이나 아닌지...
그 고속 질주의 종국은 어디일는지...
결말의 비극이 두렵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