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보통 불량배들 영화나 청소년 드라마 같은 데서,

담임이나 아버지를 <꼰대>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성질이 꼬장꼬장하면서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부르는 말인 듯 한데,

이 책에서 정의를 해 놓았다.

 

자기가 살아왔던 세상,

자기 경험 체계 안에서 자기의지, 자기방어 속에서 계속 점점 더 경화되어 가는 것.

그 정도가 심한 사람을 우리는 속된 말로 '꼰대'라 부릅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보편적인 가치로 여겨 이웃과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막힌 사람을 그런 이름으로 부릅니다.(138)

 

나이든 것들은 고루하기 쉽다.

나이들면서 꼰대가 되기 쉬운 것은 보편적인 성향인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고전을 읽고, '온고이지신' 해야한다는 말이다.

 

이 책은 동양 고전을 읽는 법에 대하여 각 분야에서 나름 저명한 인사들을 모아 강연을 한 내용이다.

현대를 일컬어 <영혼의 당뇨병 시대>라고 한다.

결핍이어서가 아니라,

하도 설탕을 많이 투여해서,

위로를 너무 해줘서 당뇨에 걸리게 생겼다는 것.

 

당뇨에 현미가 좋다고 하듯,

입에 꼭 맞는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것들이 당뇨를 일으킨다.

입에 쓰더라도 몸에 좋은 글, 그것들이 고전이라고 강변하는데...

 

다산은 유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의 학문과 생애를 정리하면서,

'사암'이라는 호를 사용했다.

논어에 '백세이사성인이불혹'이란 대목에서 딴 말.

뒷날의 성인을 기다려도(기다릴 사 俟) 미혹함이 없다는 뜻.

<자신의 학문이 당장은 안 쓰이더라도 다음 시대에는 다를 수 있으니 기다리겠다는 뜻>(89)

 

이 책의 모든 강연이 맘에 쏙 들지는 않는다.

어떤 글은 더 읽고 싶어지는 강연자도 있고,

어떤 글은 생소해서 낯설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누구나 자기 인생에 대하여 관심이 쏠릴 것이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앞으로 어찌 될건가...

나이 들어보니 뭐 모르는 게 더 많은가...

 

답이 없는가?

찾을 때, 고전이 힘이 될지도 모른다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저는 사람들이 고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아픈 사람들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자유의 높이만큼 겪었던 고통의 깊이만큼

나는 그만큼 어른이 되었을까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212)

 

고전을 읽어라 읽어라 해도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보는 사람들은, 이런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알아서 고전을 찾아 보는 사람들이다.

 

그치만, 아직 고전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이에게,

동양 고전에 대한 '인문학 명강'은 충분히 흥미를 돋울 수 있는 기획일 듯 싶다.

 

사서삼경, 금오신화와 열하일기, 목민심서와 한중록 등

이름을 들으면 다 알지만,

막상 사람들이 읽지 않았을 책들에 대하여

다이제스트이자 재미있는 일화들로 꼬드겨

입문하도록 유인하는 강연들로 가득한 책이다.

 

다만, 고전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사서 읽을 것까지는 없을 수 있겠다.

 

책은 도끼라던 박웅현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은 박웅현으로 시작한다.

그가 시작한 책이 '주역'이자 '명리학'의 원리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왜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인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카프카)

 

그래.

꽁꽁 얼어버린 우리 안의 바다를...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이기 싫은 사람, 고전을 읽을 일이다.

 

 

편집자가 한자에 약한가...

사화 士禍를 '역사사 史禍'로 쓰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사대부의 대부 大夫를 대부 代父로 쓰기도 한다... 고전에 대한 책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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