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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평점 :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들을 읽노라면,
제일 첫페이지에서 잔인하고 무섭게 살인이 일어난다.
그래서 독자는 그 살인의 배후에서 벌어지는
모자이크같은 사건들에 몰입하기가 쉽다.
이런 것이 그의 소설이 가진 힘들 중 하나다.
여느 장르소설들이 인물들의 이름을 다 알기도 전까지
한 백여 페이지는 지루하게 흘러가기 십상인데,
히가시노게이고는 독자가 딴전을 부리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사나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좀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어쩜 베르나르베르베르처럼 자신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벋어나가는지를 실험하기라도 하는 듯...
게이고를 일컬어 수많은 서랍을 가진 작가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듯이,
그의 관심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다.
과학적인 분야에서도 '갈릴레오' 탐정을 기용할 정도로
물리학 교수를 영입하고 있으며,
스키같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발군의 관심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전작들과는 다른 방향의 재미있는 분야를 개척한다.
그의 소설이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바탕으로한 것들이었다면,
이 소설은 환상 여행을 하게 한다.
어느 날, 초등학교 옥상에서 빛나는 무지갯빛 환상에 휩싸인 사람들은,
그 빛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받고 집중력을 높이며, 점점 중독성을 띠게 된다.
그러나 그 중독성은 꼭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었는데...
그 광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둘러싸고,
돈을 벌려는 자들과, 그들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광악을 통한 젊은 세대의 '아우라'는 어떠한 부정도 소쇄하게(기운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세력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의 마무리는 열린 구성이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지도 않고,
주인공 편이 환상적 성공을 거두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희망으로 가득찬 아우라를 보여주며 소설은 맺는다.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마무리가 허생이 사라지는 것으로 열려 있듯,
독자들이 <비현실적인 결말>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기도 하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비현실 적임>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잔인한 살인사건과 그 해결,
이런 장르소설도 재미있지만,
마치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을 따라 여행을 하는 듯,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빨려드는 재미를 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