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계십니까 - 사람이 그리울 때 나는 산으로 간다
권중서 지음, 김시훈 그림 / 지식노마드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그 절에 가고 싶다.

 

절집에 가면,

고요한 차 한 잔의 분위기가 나야하는데,

간혹 너무 사람으로 인사태가 나서

절간같이 고요하다...는 말을 무색케 한다.

 

이 책은 서울의 길상사부터 시작해서,

선암사, 부석사, 개심사, 선운사 등의 유명한 절들을 비롯,

조용한 절과 암자들까지도 이야기 품 안에 넣었다.

 

절집마다 독특한 기상이 느껴지는 탑, 부도, 석축, 건축물이나 지붕, 가람 배치나 범종각 등이 있게 마련인데,

거기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따라 듣노라면,

곧 그를 따라 절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칠장사에서 애끊는 인목대비의 사연을 눈앞에서 보는 듯도 하고,

용주사에서는 정조의 눈물이 비치는 듯도 하였다.

 

독서는 사람들이 말하길 산을 유람하는 것 같다 하였는데,

(책을 읽는 사람은 산을 유람하는 것과 같이 하라 하였는데 - 이건 책의 번역)

이제 보니 산을 유람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과 같네.(이황)

讀書人說遊山似

今見遊山似讀書

 

뭐니뭐니해도

선불교 이야기에선 경허 시님 이야기가 젤 잼나다.

막힌 데 없이 탁 트인 시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 책에서는 스님이 외던 화두를 만난다.

 

여사미거 마사도래. 驪事未去 馬事到來

나귀의 일이 가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닥쳐왔다.(226)

 

세상 일이란 작은 일을 다 하고 나면 큰 일을 하도록 만들어 져 있지 않다는 말일까?

작은 일, 큰 일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이 발하는 분별심이란 걸까?

 

깨닫지 못하면 중이 필경 소가 된다.

어찌 소가 되어도 콧구멍 뚫을 곳이 없다고 이르지 않느냐

는 말을 듣고 깨달았다 하니,

깨달음에는 시간도 순서도 무의미하다는 말인지...

 

개심사의 開心이란

'심장을 열어 부처의 지혜가 들어오게 하는 것'이란 뜻이라 하니...

책을 읽는 일은,

심장을 여는 일과,

길을 걸어서 절집에 다다르는 일과,

다를 것 하나도 없다.

 

절벽 끄트머리에 집을 지어 놓고는

백척간두의 삶을 관조하는 선승들의 서늘한 가슴이나,

불처럼 호령하던 경허 스님의 일갈이나,

이야기로 들으면 고조곤히 들리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가을이다.

홀연히 발걸음도 가볍게

마냥 떠나고픈 계절이기도 하다.

 

왜 아니랴.

나무조차,

숨 쉴 시간을 벌려고

떨켜로 나뭇잎을 애써 떨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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