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 몸의 기억을 물리며 사람됨을 길러 온 장인들의 교육법, 그 어제와 오늘 나무에게 배운다 2
오가와 미쓰오 & 이카루카코샤의 제자들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엮음, 정영희 옮김 / 상추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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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배우는 것과 몸으로 배우는 것이 다르다.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몸으로 배우는 수학의 단계까지는 부지런히 하면 되지만,

머리로 푸는 수학까지 가는 아이들은 따로 있는 것이라고 수학 선생님들은 말한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다.

누구나 열심히 그린다고 고흐나 피카소가 될 수 없듯이,

누구나 작곡을 열심히 한다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모든 일에는 적합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명인을 알아보는 그 눈이 중요한 것인데,

세상은 어찌된 것이 글자 하나 개성이 없이,

모두 컴퓨터로 찍어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집을 짓는다...는 일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고,

똑같은 규격의 아파트에 사는 우리로서는,

장인정신이 배인 공간에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 불가능이다.

그저, 조금 비싼 아파트가 노동자들도 조금 더 마무리에 신경을 쓰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인류가 발전해오는 숱한 과정에서 몸의 기억은 장인 정신으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진품명품 같은데서도 인간의 몸이 만든 물건이 명품으로 매겨지기도 한다.

 

이 책은 오가와 미쓰오라는 젊은이가

천삼백여년 전의 당탑을 보고 목수가 되기로 작정을 하고 문화재 보호과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거기서 니시오카 쓰네카즈라는 스승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목수가 되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무뚝뚝한 스승의 곁에서 곁눈질로 나무를 보고 다듬고 대목수가 되어가는데...

 

항상은 아니고 가끔이었지만,

그때는 왜 이런 이야길 해주시는지 모른채, 아, 그렇구나, 하며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그때그때 제 역량에 맞는 이야기

다음에 할 일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셨던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 한마디 말씀이 나중에 제 안에서 커다랗게 자라나는 겁니다.(40)

 

스승이 조목조목 가르쳐줄 수는 없다.

어떻게 가르치든, 스스로 깨우치는 그 길을 걸어갈 수밖에는...

다들 자기 그릇에 따라서 성장해 가는데,

그러니 그릇에 맞게 물을 부어줄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모를 때,

모르니까 무조건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64)

 

그래. 그렇다.

수업 시간에 다 똑같이 가르쳐 주는데,

어느 한 가지가 막혀서 질문하러 오는 아이는 대견해 보이지만,

간혹 자기 수준이 낮아서 거의 아는 것이 없는데 질문하러 오는 녀석은 미련해 보이게 마련이다.

그런 모양이다.

무조건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은 무례하다.

정말 자기가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그 길을 몰라서 물을 때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물이 그릇을 넘치게 하듯,

가르침이 바로 흡수되는 제자를 만난다면 얼마나 흐뭇하랴.

 

함께있는 친구와 같은 것을 보고 동시에 웃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대화도 없고 신호를 주고 받지도 않았지만 같은 것을 느끼고 똑같이 반응할 때가 있지요.

이러한 것이 스승과 제자 사이에 생겨나지 않는다면 '직감'은 자라지 않습니다.

가르치려 해도 다 가르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직감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승한테서 옮겨오는 것입니다.(102)

 

한자로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계란이 병아리가 되어 알에서 벗어나려 할 때라야만,

그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밖에서 계란 껍질을 쪼아주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가령 대장장이라면

'매실장아찌같은 색, 노을을 닮은 색, 귤 알맹이를 싸고 있는 얇은 껍질을 벗겨낸듯한 색'

이런 식으로 불의 빛깔로 온도를 얼추 가늠하지만,

공부를 하고 오면

'칠백팔십오도가 되면 변태점에 도달한다'는 말을 합니다.

책으로 본 지식 같은 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딱딱했던 쇠가 부드러운 양초처럼 되는 온도' 라든가, '두드리면 형태가 잡혀.'처럼 자신의 말로 이야기해 주기도 합니다.(350)

 

무슨 분야든,

자기가 나름대로 몸으로 체득하여

미립이 나서 말로 하기는 어렵지만

전해줄 수도 없지만,

몸이 알고 있는 것.

 

그것이 제대로된 지식이고, 이런 것에 대한 것이 제대로된 지식 전수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무언가를 몸으로 익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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