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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을 묘사한다'는 말.
한 인물이 어떤 인간인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글을 써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뜻일 텐데,
그건 단순한 설명문으로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주 작은 몸짓이나 몇 마디 말 같은 것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그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도록 쓰는 것이
'인간을 묘사한다'라는 것이라던데요.(343)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작가의 친구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 친구 역시 작가이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담담하게 수필로 써서 가가 형사에게 제출한다.
참으로 치밀한 소설이다.
그만큼 술술 읽히기보다는,
곰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건을 그리기보다는 '인간을 묘사'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느 추리소설이 'who done it, how done it'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이 소설에서는 'why done it'에 초점을 맞춘다.
왜 그렇게 치밀하게 작가를 파멸시키려 노력했는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악의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관계망을 그려야 하는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치밀한 스토리에 꼼꼼하게 반영되어 있다.
범인인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 형사의 기록 노트가 가진 씨줄과 날줄이 퍼즐이
하나의 형체를 만들 때,
태피스트리는 하나의 인간을 드러내 보여준다.
악의로 가득찬 인간이
잔인해질 때는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