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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바드 기타 ㅣ 샴발라 총서 2
정창영 엮어옮김 / 시공사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색다른 책을 읽고 싶었다. 불교 경전을 읽어도 읽어도 메워지지 않은 빈 자리, 주역은 새로 완전한 공부가 필요한 수준이라 뜬금없이 괘에 대한 설명들부터 들고나오는 책들은 읽어낼 수가 없었다. 소설 나부랭이나 읽고 앉았기엔 삶이 너무 짧고, 진지한 책들을 읽기엔 너무 더운 여름날...
십오년 전에 사두었던 바가바드 기타의 오래된 매캐한 책냄새를 맡으며 인도의 향기를 듣는다.
우파니샤드에서 중요한 영감을 유추했다는 Bhagavad gita는 인도 사상의 사상적 전통을 포괄적인 종합으로 체계화한, 모든 범위의 인간 정신을 포용하는 그 자체로서 종교인 힌두 경전이다.
기타에 대해서 이런 비유가 있다.
우파니샤드란 암소에서 크리슈나란 젖짜는 이가 아르쥬나란 송아지에게 감로수와같은 우유를 짜 주는 것이 <기타>라는 이야기.
고대의 노래 베다, 우파니샤드와 불교, 요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경전이다.
불교와 비슷한 내용인가 하다보면 힌두의 신들이 춤을추는 아주 역동적인 책이라 하겠다. 진지함보다는 삶의 의문들에 대해서 다양한 설명들을 들려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힌두의 신에는 창조적인 이상을 가진 지혜의 신 브라만, 사랑과 인내로 사랑을 주는 신 비쉬누(마치 관세음보살과도 같은), 충만을 주는 완전함의 신 쉬바가 있다고 하는데, 바가바드 기타는 세상의 구원에 관심을 가진, 그래서 크리슈나는 비쉬누 신의 화신으로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해설이 재미있다.
어찌 읽으면 종교적인 경전이라기 보다도 일반적 도덕책 비슷하다.
16장의 거룩한 사람과 악마적인 바탕의 사람에 대한 장에 보면,
두려움이 없음, 마음이 절대 순수함, 자아 실현을 위한 명상에 굳게 섬, 자비스러움, 감각을 잘 다스림, 정성으로 예배함, 경전을 항상 독송함, 고행, 진지함, 비폭력, 진실, 노여움이 없음, 행동의 결과에 대해 무집착함, 평안스러운 마음, 몹쓸 소리 아니함, 살아있는 것들을 불쌍히 여김, 탐내지 않음, 온화함, 수줍음, 까불지 않음, 숭고함, 잘 참는 마음, 억셈, 깨끗함, 질투하지 않고, 오만하지 않음, 이러한 것들은 거룩한 사람의 바탕이고,
위선, 건방짐, 거만을 떪, 분노에 사로잡힘, 잔인함, 무지, 이런 것들은 악마적인 사람의 바탕이다.
좀 경전같지 않은 수다스런 부분 아닌가?
마지막의 옴 타트 사트(Om Tat Sat) 는 이런 뜻이다. 옴은 어떤 희생의 의식을 행하기 전에 보시를 행하기 전에 고행을 행하기 전에 외는 말이고, 타트는 희생의 의식이나 어떤 고행을 행할 때, 그 구원을 바라는 이들이 외는 말이고, 사트는 거룩한 말로써 참된 있음을 일컬음이다.
그러므로 옴 타트 사트란... 모든 행동의 이전에 생각하고 지계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지, 수행에 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마무리 지으라는 상징적 주문이 아닌가 한다.
힌두교가 불교를 놓아버린 인도인들이 바라보는 그것이기에 우리와는 상당히 낯선 측면이 있는 것이지만, 내겐 나름대로 새로운 글이었고, 재미있는 경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