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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에 대한 46가지 질문과 대답 ㅣ 안티쿠스 Classic 6
한규성 / 동녘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의 원리를 찾아나선 사람들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책이 이 책이다. 역경은 고대로부터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의 대표 주자로 꼽던 책이다. 올 여름에는 주역을 좀 읽으면서 보내려고 생각중이었는데, 도서관에서도 오래된 책들이 주로 꽂혀 있어서 적절한 책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서 쉽게 서술되어 있다.
여느 주역 해설서가 개념을 설명하는 데 주로 힘을 쏟다 보니 동양의 음양 오행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로서는 처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 상례인 듯 하다. 내가 그랬더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아버지의 주역해설서를 아들이 읽기 쉬운 대화체로 풀어서 쓴 책으로 주역 입문서로 적절한 책일 것 같다. 내가 단정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끝까지 읽은(물론 뜻을 알고 제대로 읽은 것은 아니다.) 유일한 역경이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과도 같이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자세히 설명하기 이전에 분위기 파악을 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기도 하고 예를 보여 주기도 하는 좋은 방법을 쓰고 있다.
전에 주역이라는 두 권으로 된 만화를 동생에게 빌려 보려 했는데, 64괘의 설명이 장황하게 시작되고 있어서 도저히 진척의 염을 낼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음양의 이치와 오행의 설명을 간단한 그림과 함께 이야기체로 풀어내고 있어서 <공부>하듯이 필기 준비를 하고 읽지 않아도 술술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주역의 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임기 응변으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가 실제로 다양한 상황의 고민을 해 보았기에 적을 수 있는 글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을 읽었다고는 해도 주역의 발톱을 본 것인지 알지 못하는 지경이다.
불경을 공부하면서 만났던 끊어진 길, 길 아닌 길이 여기도 있었고, 아니 여기는 어느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길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올 여름만으로 끝나기 어려운, 씨름 상대를 하나 만난 기분이다. 옷매무새를 여미고 좀더 심각하게 만나야 할 듯한 예감으로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