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1. 아버지를 찾아 떠난 여행...

 

 

그곳에서 만난 것은,

아버지의 옛사랑이었다.

 

우리는 부모에 대해 무엇을 알고,

부모는 우리에 대해 무엇을 알까?

만약 우리가 태어난 후 줄곧 함께 살아온 사람도 잘 모른다면

- 우리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은 우리를 모른다 -

도대체 누구를 알 수 있을까?(124)

 

 

2. 삶은, 백지가 마련된 뒤에 씌어지는 수묵화 같은 것...

 

"고운 미소 참 예쁘다. 아름다운 눈동자 선명하여라. 흰색으로 색채를 삼았어라."는 무엇을 뜻합니까?

"그림 그리는 것은 바탕을 희게 한 다음 일이니라."(논어, 팔일 8)

 

혹시 색과 형태로 이루어진 세상에 상응하는

목소리와 소리, 잡음과 음조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 주위에, 보통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감각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을까?

혹시 그 세상은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더욱 흥미롭고 신비롭지 않을까?(141)

 

눈이 먼 뒤,

세상은 물음이 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을 가슴에 품은 틴 윈에게

심장 박동이 울린다.

 

두려움보다 강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152)

 

 

3. 사랑은 모든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혁명의 자기장...

 

하루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 있다니.

지구가 축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왜 영원한 시간처럼 느껴질까?

풀밭을 기어가는 달팽이처럼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갔다.

"시간이 빨리 흐르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틴 윈이 묻자 우 메이는 웃기만..

"인내심을 길러라.

앉아서 명상을 해.

그러면 시간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195)

 

기다림은 길다. 그렇지만, 달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밀도'임을...

사랑의 순간, 짙은 '밀도'로 남은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 것임을...

 

정작 미밍이 놀랐던 것은 속력이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갈 때,

이 사람한테서 저 사람한테로 갈 때,

정말 그렇게 많은 시간이 단축될까?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지?(201)

 

사랑의 바이러스.

그병은 누구나 걸리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만 그 병에 걸리면 초기에는 상당한 불안증과 심신이 놀랄 만큼 격정적인 상태가 된다.

그래도 대개의 경우에는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가라앉는다.(233)

 

 

4. 너 날 수 있어? 자리이타(自利 利他)의 사랑...

 

"걱정할 필요 없어. 난 아무 데도 안 가.

난 너의 일부야. 네가 나의 일부이듯."(241)

 

사랑은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심리 기전이고,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운동 작용이다.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온 세상의 운동을 정지시키기도 하고,

활발발하게 작동시키기도 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자못 신비로움 그 자체의 순간이요, 신비의 덩어리다.

 

그것은 그가 절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없는 소리였다.

틴 윈은 심박동 하나하나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으로 몸이 떨렸다.

귀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그것이 존재하다니.

틴 윈은 마치 작은 구멍으로 세상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같은) 느낌이었다.(247)

 

심장 박동조차도 사랑스런 존재.

그가 비록 다리를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앞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완벽한 사랑은 서로를 쓰다듬을 줄 안다.

사랑은 사랑 앞에서 잘난 체 하거나,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보이지 않는 그대로, 불구인 다리 그대로 완벽한 것이 사랑이다.

 

틴 윈은 미밍에게 신뢰를 가르쳐 주었고 마음 놓고 약한 모습을 보이게 해주었다.

틴 윈과 함께 있으면 미밍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됐다.

틴 윈은 미밍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자신을 얼마나 부끄럽게 여기는지 털어놓은 처음이자 유일한 상대였다.(251)

 

남남인 어떤 두 사람이 이토록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262)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에서,

지극히 편안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마음이 사랑의 힘이다.

 

 

5. 사랑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이한 방법으로 사랑하는 것일 뿐(297)

 

미국에서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게 된 틴 윈.

그 과정은 생략되어 있고, 어느날 훌쩍 미얀마로 돌아간 것처럼 서술되지만,

사랑은 '기브앤테이크'의 거래보다도,

또한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더 큰 어떤 마음이니까, 딸도 아버지의 여정을 이해하게 된다.

 

"왜 사랑이 그렇게 어려워야 하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악이든 선이든 이미 갖고 있는 개념에 비춰 다른 사람을 판단하죠.

사랑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에 부합하는 것만 사랑이라고 인정해요.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다른 모습은 불편해하고, 그래서 의심하고 의혹을 품죠.

신호를 잘못 해석하기도 하고, 언어를 잘못 이해하기도 하고.

그래서 상대를 비난하죠."(297)

 

어떤 사랑도 같지 않고, 같을 수 없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이 맛볼 수 있는 행복을 모두 맛보았다.

사랑을 했고 사랑을 받았다.

무조건적인 사랑.(346)

 

사랑에 조건이 붙는다 해도 사랑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의 모든 사랑은 각기 다르다.

그들의 그것 또한 그렇다.

 

사랑은,

상대방의 심장 박동에 귀기울이는 행동이며,

그 귀기울임의 '이타'적 행동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해지는 '자리'의 결과를 얻는다.

그래서 다들 사랑을 만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귀기울임의 행동없이 '自利'의 결과만을 노리는 인간에게는,

사랑이란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환상과 착각의 오해나 편견 가운데 하나이기 쉬울 것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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