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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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화백이 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그리고 있다.

아이들 이백 여명이 희생되었는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들려주신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제가 살아있는 한 기억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기억해주세요. 기억해주세요.(310)

 

이 책의 모티프가 그러하다.

사카쓰키 시즈토는 신문과 잡지 등에서 온갖 사망 사건을 뒤져서

그 자리에 가서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애도를 올린다.

 

에로물이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선정적 기사를 쓰는 쓰레기 기자 마키노.

에로그로 마키노라고 할 정도로 저질 기자인데,

사건을 보는 눈은 날카롭다.

 

시즈토(靜人)와는 달리 마키노는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데,

독자는 그를 통해서,

세간에 알려진 '사실'과 실제 그 사건이 어떠했는지의 '진실'은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같은 사실도 입장이 다르면 달리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른 견해 속에 곧잘 이것으로 애도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더군요.(577)

 

얼마 전, 지오피에서 총기로 5명의 동료를 살해한 임 병장의 이야기는 가슴아프다.

그 젊은이가 군대를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살인자가 될 필요는 없었을지 모른다.

비록 그가 비사회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더라도,

군대같은 치명적인 폐쇄 집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피해나갔을 수도 있다.

 

이야기를 고인에 대한 예우에 초점을 둘 것인지,

범인에 대한 진상 조사에 초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진실의 포커스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도 있다.

관객이 앉아있는 객석을 움직이면,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도 사라지게 할 수 있듯,

진실과 사실의 거리는 멀다.

 

돌아가신 남자분 말입니다.

누구에게 사랑받았을까요?

누구를 사랑했을까요?

어떤 일로 누군가 그분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을까요?(51)

 

시즈토는 이런 것을 묻고 다닌다.

그리고 애도를 표하면서 망자의 사랑과 감사에 대하여 애도의 말을 한다.

 

그렇다.

진심에서 우러난 애도라는 것은,

죽음에 대하여 그가 얼마나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였던가를 되새기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하여 망언을 내뿜는 짐승같은 '가진 것들'이 비루해 보이는 것은,

그들의 태도에서 전혀 죽음에 대한 애도 같은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즈토의 어머니 준코는 말기암으로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시즈토는 연락도 없이 애도 여행을 계속하지만, 준코는 죽음을 명랑하게 준비한다.

 

나는 감정을, 되도록 죽이며 살아온, 사람입니다.(553)

그래요... 나는 자살하는 대신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555)

 

감정을 죽이며 살아온 시즈토.

그의 기이한 행동을 바라보는 감정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게다.

하지만, 생명의 죽음에 대한 그의 관념에서 배울 점도 있다.

 

그는 사람을 애도하고 있어요...

죽는 순간, 그저 숫자가, 유령이 되어버리고...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면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는지 잊어버리는데...

이 남자는 죽은 자가 지나온 삶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 인물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소박하게나마 기리고 있습니다.(566)

 

"네게서... 태어나고 싶어..."(585)

"낳아도 좋아요... 나... 내가 당신을 낳아도 좋아요."

만약 태어나 준다면 모든 것을 다 바쳐 당신을 키우겠어요."(593)

 

인간은 누구나 현실의 생에서 불완전한 만남에 불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사쿠야와 유키요처럼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다음 생에서, 나를 길러줄 엄마로 만나는 인연을 바랄 만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소설이지만,

부분부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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