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논어
주대환 지음 / 나무나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빨강과 좌익(좌파)가 통하게 된 것은 러시아 혁명에서 백군과 적군의 대립이 최근 대립쌍이겠지만,

한국에서 흔히 '좌빨'이라는 이름으로 좌파를 욕되게 하는 자들을 본다면,

빨강과 좌익이 아직도 이렇게 찰싹 들러붙어서 '낙인'처럼 보이는 곳은 드물지 싶다.

 

좌파는 강한 진보를 추구하고, 구체제를 수호하려는 수구 세력과 대립한다.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고, 기존의 이론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처럼, '돈 지키기'만을 목표로 하는 당파가 '빨간' 옷을 입고 나온 것을 보면, 웃겨도 한참 웃긴다.

아마, 민주당이 빨간 옷을 입었더라면... 글쎄, 벌써 여럿 죽어 나갔을 것이다.

 

이 책은 표지가 과하게 붉다.(그런데 염료가 과다한 것인지, 화학 염료 냄새 때문에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내용은 그다지 붉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다만, 저자가 오랜 기간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일선에 섰던 사람이라,

'붕우'를 '시민 단체' 같이 바라보는 시선일 따름이다.

 

과오를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을 과오라고 한다.(47)

 

논어는 워낙 난삽한 책이어서, 일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논어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 마디는, '일이관지'다.

일관된 사상을 가지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인과 군자, 지자와 요자 등 많은 대립항을 상대적으로 설정하는데,

그 차이는, 소인은 모르면서도 아는 체 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세 가치,

자유, 평등, 연대 중에서 연대의 정신을 동아시아 사회에 접목할 역사적 백미로서 인을 재발견해야 한다.(90)

 

어차피 물 자체는 인식할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해서 관찰하고 사색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라.(일이관지)(132)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꼽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지만,

'각개 약진'만이 남아있는 무한 경쟁을 극복하고 '연대'의 가치를 발견하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이것 없이는 미래가 없다.

 

이 책의 가치라면, 작가가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 논어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논어를 공부하려면, 이 책보다 나은 책이 많을 것이다.

다만, 논어를 그저 옛날 사람들의 옳은 소리라고 일방적으로 들어라~ 한다면 문제가 있다.

그러니, 이렇게 자신의 뜻에 터하여 일이관지하는 자세를 보는 일이 중요하겠다.

 

 

온고이지신, 술이부작...

이런 말로 유명한 책이 논어이다.

옛것을 기초로 새로운 것의 지식을 넓히고,

다만 서술할 뿐, 새로 만들 것은 없는 것이 '지식의 세계'라는 것이 논어의 전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 교육감이 된 사람들이 좀 너무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용한 가운데서, 학교의 중심이 '승진'이나 '행정'이 아닌 '교육'과 '사람'으로 옮겨갔으면 좋겠다.

혁신 학교... 같은 걸 난 원래 믿지 않는다.

혁신은... 효율성을 위해 인간성을 버릴 때나 쓰는 말이 아니던가?

 

개혁하여 새로이 만들기보다는,

아무리 구태의연하여도 한국 교육의 장점들을 잘 살리고,

바꿔야 할 것은 구체적으로 지목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대학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는 이 나라의 교육개혁은 모래성이고,

국비로 월급을 다 주는 사립학교를 공립화 하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부조리의 온상이 될 일이니 말이다.

학교 몇 개 혁신 시켜봤자,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 따름이다.

 

공자가 그토록 사랑하던 제자, 안회는 '불천노 불이과'라고 하였다.

노여움을 옮기지 아니하고, 허물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206)

 

속된 인간들은 자신의 노여움을 남에게 푼다.

허물을 또 저지르고 반복한다.

공부하는 인간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정명'이라는 말은 '이름을 바로잡는다'는 말이다.

북한은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이름이지만, 김씨 왕조이고,

남한은 민주 공화국이라지만, '아직도 이조 오백년은 끝나지 않았다(신동엽, 종로 5가)'

 

이 책을 읽다 보면, 고전을 읽는 느낌과 함께,

글쓴이의 생각을 논어와 함께 풀어내는 부분도 많다.

고전이란 무릇, 자신의 생각을 풀어낼 때,

새로운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옛 것으로 서술하는 일이라는 의도와 잘 맞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노라면, 분노한다.

왜 매일 똥통의 구더기처럼 굼실거리는 것들이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지,

이 땅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부패한 곳인지... '곧지 못한' 곳인지... 돌아보게 해서 그렇다.

 

교언영색이 선의인이라.(220)

 

말을 교묘하게 꾸며서 하는 자는 어진 자가 드물다.

 

요즘들어... 논어의 이런 말이 은근히 비판하는 것은 '노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말을 '교묘하게 하는 이'로는 노자만한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다.

상선약수라...

우리가 사소하게 얕잡아 보는 것을 일컬어 '물로 보냐?'고 하는데,

그 흔한 물을 불러 '가장 좋은 것'이라 불렀으니 그 말의 교묘함은 비할 데가 없다.

 

그래서, 지자요수요 인자요산이라...

지자는 물을 좋아하지만,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

이렇게 은근히 노자의 사상을 에둘러 '지자'에 머물린 것이나 아닐는지...

 

아니면 말고~ ㅋ

 

자 절사러니, 무의, 무필, 무고, 무아...이다.

선생님은 네 가지를 끊으셨다.

뭔가 하려는 뜻이 없고, 반드시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이 없고,

고집하는 마음이 없고,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셨다.(243)

 

이런 부분은 어쩌면 후대에 종교적 관념과 결부지어,

금강경의 '공관'과 관련된 부분일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논어를 학습하기에 좋은 책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풀이하는데 논어를 이렇게 엮어 넣으려면,

상당한 식견을 바탕으로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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