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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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바르고 착한 일을 한다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질 겁니다.(1347)

 

고전을 읽는 일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읽는 일이고,

지금-여기의 나를 '시-공간적 이동'을 통하여,

'그때-거기'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경험하고 느끼는 일은 '지금-여기'에서 살아온 몇십 년과,

내가 읽었던 세계에 연관된 것들이지만,

이런 고전을 통하여,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로 뒤섞여 살았는지,

그 사람들의 생각들과 변화하는 사회상은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범죄 소설, 치정 소설, 그리고 바람직한 인간상의 제시에 공을 들인 도스또옙스키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음울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 인간상들은 모두 그 시대의 반영물들인 셈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

탐욕에 찌든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

그는 첫 아내에게도 냉혹한 남편이었고,

세 아들은 모두 다른 집에서 성장해서 모이게 된다.

그 아들들은 드미뜨리처럼 군사학교, 군인의 삶, 열정적이고 욕심으로 가득한 삶과,

이반처럼 철학적이고 이성적이며 반 교회적 지식을 가진 삶과,

신앙심이 깊고 겸손한 조시마 장로의 후계인 알료샤로 집약된다.

부록처럼 따라붙은 스메르쟈꼬프는 범죄 소설을 더욱 치밀하게 만드는 존재로,

표도르의 사생아이다.

 

결국 욕심 끝에는 비극이 따라오게 마련이고,

그 법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러시아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늘 죄는 벌로 갚아지게 된다.

다만, 현실은 소설과 다른 구렁텅이로 미끄러져 들어감을 억제할 수 없지만...

 

근대 과학에 대한 신비감과 찬미가 곳곳에서 보이기도 하고,

이반 같은 사람은 불어, 라틴어로 명제들을 말하는 등

시대의 요소들을 읽을 수 있다.

 

뇌신경들이 뇌수 속에 들어있으니...

뇌신경에는 이런 꼬리들이 달려 있는데,

내가 무언가를 바라보기만 하면 그 꼬리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데...(1021)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30년 전에 읽었다.

그때는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상황들과

난삽하고 지루한 주제에 대한 토론들이 지겨웠던 기억이 난다.

열린 책들의 이 책은,

두께에 비하여 지질이 가볍고,

등장인물에 대한 해설 같은 배려들이 책을 즐겁게 읽게 한다.

 

아무튼 이런 천 페이지 이상의 대작을 읽기 시작할 때는,

큰 숨을 한 번 들이 쉰 다음,

긴 호흡으로 읽어가야 한다.

 

드미뜨리를 미쨔, 미쩬까, 미찌까, 미뜨리 등으로 부르는 애칭도 자꾸 읽노라면 정감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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