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식탁 - 독성물질은 어떻게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나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권지현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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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후보가 '농약 급식' 문제를 들고 나왔다.

아,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농약 급식'을 먹고 있으니 그 얼마나 큰 문제인가.

 

그런데... 불행한 것은, 그 인간의 이야기인즉슨,

박원순이 시장이던 시절 '농약잔류물' 급식 시정 명령 사건이 있었다는 걸로 발목을 잡고자 했던 것이지,

또는 '무상 급식'이라는 복지 정책에 태클을 걸고자 해본 소리인 것이지,

정말 그런 인간들이 '농약 급식'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져서 한 소리가 아님은 너무나도 뻔했다.

 

'농약 급식'이 문제가 아니다.

모든 식사의 '농약 식사'가 문제인 것이지.

정몽준 후보가 정말 진정으로 '농약 급식'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환경운동에 뛰어든다면,

다음 대통령 후보로 우리는 훌륭한 한 사람을 얻게 될지 모른다.

혹시 알랴,

그 부자 아저씨가 '무공해 무농약 유기농 급식'을 해줄는지도... ㅎㅎㅎ

(다~ 안다. 그런 판타지는 그 인간 뇌 속에 없음을... 그저 흑색 선전 뿐이었음을...)

 

작가의 전작 <몬산토>는

몬산토 사가 고독성 화학물질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 환경, 보건, 인간의 생명엔 아랑곳없이

거짓말, 조작, 속임수를 일삼는다는사실을 폭로한 작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몬산토의 범죄 행위가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는 점.

 

농약이나 제초제 등은 '생명을 보호' 하거나 '살충제' 같이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그것들은 '살생제'에 불과하다.

 

침묵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레이첼 카슨)(65)

침묵의 봄 이후, 많은 운동이 있어왔지만,

이제 남미에서 수확된 과일들이 지구를 반바퀴 돌아 우리 식탁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남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강도를 잡아들이고, 총을 쏘며, 살인자를 처형한다.

그러나 이익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매일 화학제품을 쏟아 내서

대중을 독살하는 합성 화학업체들은 누가 감옥에 집어넣을 것인가?(66)

 

생물 축적 과정 때문에

먹이사슬의 최종 포식자인 인간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피해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70)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뉴스에는 매일 이명박이 만든 '보(사실은 댐)'로 인하여 강물이 썩어들어가서 악취를 풍긴다고 하는데,

그 해악은 우리 후손들이 뒤집어 쓸 것인데,

뉴스를 내보낼 뿐, 여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심사인지도 모른다.

 

어떤 환경 오염 물질의 <결정적인>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불가능하다.

사람을 동물처럼 가둬놓고

제품의 독성을 시험해 보지 않고서는

환경 보건 분야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얻기란 불가능하기 때문.(120)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의 신경계는 유사하기 때문에

곤충의 신경계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살충제는

인간의 신경계에도 급성 혹은 장기적으로 독성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이 분명하다.(147)

 

돈 앞에서는 아이들의 죽음을 번히 보고 있던 것이 인간의 탈을 쓴 '자본'의 괴수들이다.

이런 문제들에는 막대한 돈이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광우병 촛불집회'를 그렇게 목숨걸고 막았던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 무분별 수입의 유일한 나라...는 막대한 이득과 관련있을 것은 안봐도 비디오기 때문.

 

법의 그늘에서 정의를 표방하는 독재보다 더 잔인한 독재는 없다.(몽테스키외, 189)

 

요즘 한국을 바라보는 말 같다.

'헌법'에 노동 3권이 보장되어 있건만,

<법의 그늘>에서 기생하는 독재 세력이 <법원> 이라는 폭력으로 온갖 노동권을 압살한다.

감히 환경 문제 따위는 그 '법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내세울 것도 못된다.

그러나... 그 법이 물까지 썩게 하고 공기마저 오염시키면,

재벌들은 물이나 공기도 수입해 먹을 셈산인가?

 

실제로 흡연이나 음주로 인한 암 발생률이나 사망률은 지난 20년간 오히려 줄었다.

반면 흡연이나 음주와 관련이 없는 암의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역전된 것이 유럽의 산업 선진국과 미국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277)

 

용매, 벤젠, 석면, 나무 분진, 이온화 방사선...과 관련이 많다.(277)

직업과 관련된,

황산, 포름알데히드, 니켈, 도료에 노출...

염료, 고무, 금속, 용매 제조 산업...

 

흡연은

 만성 질환의 우려스러운 확산에 대한 화학 오염물질의 역할을 숨기고 기업의 책임을 무마하는 데 쓸 수 있는 편리하고 강력한 핑계(278)

 

유전적 요인이 암에 대한 감응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 결과는 환경이 암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301)

 

<일일 섭취 허용량>이라든지, <농약 잔류 허용량>의 기준 역시 폭력적 기만에 불과하단다.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군요.

확실한 건 과학자들 사이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허용량을 만들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307)

 

뭣도 모르는 것들이, 대~충 기준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 허용량들이 종교처럼 떠받들려지는 것 역시 문제라는 것.

 

그렇지만, 그것들이 인체에 과연 얼마만한 해악을 끼칠것인지도, 실험할 수는 없다.

여기에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

 

학자는 제대로 된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394)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 측면에서 플라스틱은 불활성물질이 아님

천연 호르몬을 모방하는 합성 물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그 유명한 '내분비계 교란물질'을 발견...

현대인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 대부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의 새로운 분류를 발견...(433)

 

화학을 입고, 화학을 먹는 현대인들에게,

플라스틱이란 것은 모든 삶의 구조물을 떠받드는 뼈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플라스틱이 불활성물질이 아니라니... 무섭다.

 

문제는 갈수록 이런 물질들이 많아지다보니,

이제 일대일 대응으로는 도무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할, '칵테일 효과'도 일어난다는 것.

 

개별적으로는 발암 효과를 보이지 않던 농약을 혼합했더니

발음 효과가 증폭되었다고 밝히고 있지요.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그 밖이 화학물질에 관해서는

'양이 곧 독이다'라는 파라셀수스의 원칙을 폐기해야겠군요.(544)

 

양이 곧 독이다 - 그래서 인체에 농축될 것을 걱정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갈수록 태산이다.

극미량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그런데도, <문제제기>를 폭력적 독재를 통하여 짓밟고 마는 이 땅에선, 과연 문제제기조차 불온하다 여길 것이다. 

<밀양>에서 송전탑을 사수하고, <고리>에서 원전을 재가동하는 에서

국민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 없을 것.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화학오염물질과 가공식품을 근절하고

운동을 많이 하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붉은 고기를 먹지 않거나 가급적 줄이고, 술과 담배도 끊고,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것은 당연...(557)

 

개콘을 보는 것 같다.

참 쉽죠~~잉?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주장한 변화의 방향 역시, 말은 참 쉽다.

 

규제기관이 화학물질에 권리를 빌려주는 일을 멈춰야 한다.

화학물질에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 권리의 주인은 인간이다.(563)

 

생떼...는 한겨울에도 질기게 살아남는 잔디의 뿌리다

생떼 같은 아이들을 수장하는 것을 번연히 지켜본 국민들에게,

정부는 '경제'가 살아야 모두 산다...

다들 월드컵을 즐기며, 먹고 마셔야 살 것 아니냐며,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부추긴다.

 

생떼는 여간해서 죽지 않는다.

밟으면 밟을수록 오히려 뿌리가 자극을 받고 푸석푸석해진 흙이 다져지는 효과를 얻어

더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듯,

인간의 삶의 역사는 평화로운 하늘나라의 '젖과 꿀'로 지탱되지 않았다.

인간의 역사는 짓밟는 권력의 억센 발길질에

밟힐수록 치열하게 뻗쳐오르는 생떼같은 삶에서 도저한 강물처럼 흘러온 것이다.

그래서, 김수영의 '풀'은 농약에도 어지간해선 죽지 않는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르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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